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에서 일정 기술 수준 이상의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한도를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은 23일(현지시간)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삼성과 SK에 제공한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1년 유예가 끝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어떻게 할지 기업들과 협의하고 있다.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cap on level)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도의 의미에 대해 에스테베스 차관은 "지금 기업들이 어떤 '단'의 낸드를 생산하고 있다면 그 범위의 어느 수준에서 멈추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과 SK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낸드는 반도체 셀을 얼마나 높게 쌓느냐는 '적층' 기술로 기술 수준을 평가한다. 에스테베스 차관의 발언은 중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도록 삼성과 SK가 중국에서 일정 단 이상의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이어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중국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렸지만 우리는 한국 기업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우리를 위협하는 역량을 구축하는 것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우리 동맹의 기업들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며 "이와 관련해 (한국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상무부는 작년 10월 7일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지 못 하게 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는 1년동안 장비 수입을 포괄적으로 허용했다.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두 회사에 대한 반도체 수출통제 유예를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미국이 전 세계에서 수출통제를 이행하는 데 있어 한국은 충실한 파트너"라며 한국과 첨단기술 수출통제 협력을 확대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자체 수출통제를 도입하기 전부터 한국기업들이 (미국의) 제재에 동참해 러시아로 수출을 중단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첨단기술이 군사력의 기반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반도체는 그 중심에 있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일본과 추진하려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에 대해서는 "동맹과 여러 다자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논의 내용은 적절한 시기가 될 때까지 비공개로 하겠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신흥 핵심기술이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가 경제 침체, 고물가,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합위기(Polycrisis)에 직면했다며 "이 격동의 시기에 한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미동맹을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바이오, 양자, 우주를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 협력에 기반을 둔 경제안보 및 기술 동맹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