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경기 장면. [사진 대학축구연맹] 지난 25~26일 경남 통영에 위치한 산양스포츠파크 3구장에서는 제59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한산대첩기·통영기 결승 경기가 열렸다. 85개 대학이 참가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회에서 대학축구 관계자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곳곳에서 한숨이 쉬어 나왔고, 대회가 끝나고도 환하게 웃지 못했다. 최근 대학축구 경기에서 발생한 논란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3일 연세대와 경기대의 대회 통영기 4강이었다. 전반 9분 연세대가 선제골을 터뜨려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이내 두 팀은 공격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전반 10분부터 33분까지 23분이 속절없이 지나갔다. 경기 도중 연세대 일부 선수는 리프팅 하는 여유도 보였다. 경기는 2-1 연세대의 승리로 끝났지만, 두 팀 모두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다.
많은 논란을 초래한 해당 장면의 원인은 두 감독의 전략 때문이다. 양 팀 지도자는 결승 진출을 앞두고 각자 준비해온 전술을 사용했다. 연세대와 비교해 전력이 약하다고 판단한 경기대는 선제 실점하자 ‘선수비 후 역습’을 준비했다. 경기대는 해당 전략을 고수하며 4강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연세대는 이 같은 의중을 파악, 섣불리 공격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두 감독이 4강전에서 꺼낸 전략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모양새다.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대학축구 전체의 수준 하락을 논할 수도 없다. 토너먼트에서 각 팀이 갖고 온 전략을 두고 ‘공격을 해라’고 강압적 제재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해당 경기는 당시 경기 감독관이 양 팀 감독을 향해 세 번 정도 지적한 뒤에야 경기가 제대로 속개된 거로 전해진다.
문제가 된 연세대와 경기대 경기. [사진 대학축구연맹]
비난은 연세대와 경기대의 경기 도중 양 팀이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났다는 점에 맞춰져야 한다. 박종관 단국대 감독은 25일 취재진과 만나 “양 팀이 경기를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감독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페어플레이 정신이 부족했다는 건 사실이다. 거기에 합당한 질타는 받아야 한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축구인도 "나와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변석화 대학축구연맹 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25일 본지와 만난 변 회장은 “연맹 회장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축구인 눈높이에 걸맞지 않은 경기였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번 사태는 지도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부터 잘못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 같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혁철 경기대 감독은 서면으로 “페어플레이로 해야 하는 건 기본이지만 승부 세계에서 살아가는 부분에 있어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다만, 선수들에게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나는 지도는 하지 않았다. (내가) 준결승에서 승부에만 크게 집착이 있었다. 부족한 게 있다면 더욱 성숙해지는 지도자로 발전해 나아가겠다”며 반성의 의지를 보였다.
26일 경기 뒤 만난 연세대 최태호 감독은 “솔직히 말해서 상대방이 (라인을 끌어 올리면 우리가) 역습하는 작전으로 가려고 했는데, (경기대가 올라오지 않아서) 너무 당황했다. 18년 지도자 생활하면서 (플레이타임을 계속 흘러가게 하는 경기가) 처음이라서 어떻게 대처할지 몰랐다. 처음 겪어본 일이라 미숙했다. 앞으로 잘 풀어갈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했다.
징계가 검토되는 사항이다. 연맹 대회 규정에 ‘참가팀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따라 최선을 다해 모든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해당 경기 다음 날 대학축구연맹 측에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징계해야 한다’고 전한 거로 알려졌다. 대학축구연맹 관계자는 “대회가 모두 끝난 뒤 두 감독에 대한 상벌위원회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