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 대체자로 포항에 입단한 김종우는 구단의 상징적인 선수가 되길 원한다. 사진은 제주 동계 전지훈련 당시 모습.(사진=프로축구연맹)
김종우(30·포항 스틸러스)는 신진호(인천 유나이티드)의 대체자로 불린다. 포항은 지난달 팀 내 핵심 미드필더인 신진호가 팀을 떠나면서 곧장 김종우를 영입했다.
플레이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지만, 김기동 포항 감독은 김종우가 신진호의 역할을 맡아주길 기대했다. 김종우가 신진호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포항의 3선에 힘이 될 것으로 믿었다. 김종우는 지난해 신진호와 현역 시절 김 감독이 달았던 ‘6번’을 택했다.
자신은 충만했다. 김종우는 포항 입단 후 “왕이 되겠다”는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캠프에서는 포항 레전드이자 ‘영일만 지단’으로 불리는 김재성 인천 코치를 넘겠다고 공언했다. 공 다루는 기술이 빼어난 김종우는 프랑스 전설인 지네딘 지단의 이름을 딴 별명이 여럿 있다. 수원 삼성에서는 ‘우만동 지단’, 광주FC 소속일 때는 ‘풍암동 지단’으로 불렸다. 그는 '포항 지단'인 김재성의 자리를 넘보고 있었다.
포항 유니폼을 입은 후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지만, 김종우는 지난 26일 안방에서 열린 대구FC와 개막전에 선발 출전했다. 브라질 출신의 신입생인 오베르단과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구성했다. 풀타임 활약한 김종우는 포항 데뷔전에서 팀의 3-2 역전승에 크게 한몫했다.
첫 경기를 마친 김종우는 취재진과 마주해 “개인적으로 좀 많이 아쉬웠던 경기”라며 “솔직히 표현은 안 했지만, 부담이 많이 됐다. 전날 인천과 FC서울의 경기를 봤는데, 진호 형도 부담을 가진 것 같다. 나는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막상 (경기장에) 들어가니 조급해졌다”고 털어놨다.
김종우는 지난해 광주에서 ‘제로톱’으로 활약하는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비교적 앞선에서 뛰는 게 익숙한 그는 대구전에서 3선 미드필더로 나서 신진호가 맡았던 공 배급을 충실히 했다. 이호재의 첫 득점에서 과감한 전진 패스로 기점 역할을 했고, 역전 골을 돕기도 했다. 물론 포항 동료들과 첫 실전이라 다소 어색하고, 공을 잡았을 때 불안한 장면도 있었다. 대구FC와 개막전에 선발 출전한 김종우(왼쪽)가 포항의 역전 승에 힘을 보탰다. 사진은 대구 공격수 세징야와 경합하는 모습.(사진=프로축구연맹)
그러나 김기동 감독은 “짧게 나가는 템포는 지난해보다 좋아졌다. 충분히 종우가 좋은 활약을 했다고 생각한다. 종우가 늦게 합류했지만,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해줬다”고 칭찬했다. 김종우가 짧은 패스를 활용해 상대를 벗겨내고, 이후 끊임없이 움직이며 다시 패스를 뿌리는 등 공격 작업을 잘 이끌었다는 뜻이다.
당사자의 생각은 달랐다. 김종우는 “개인적으로 정말 만족 못 한다. 감독님이 평가해주신 건 아무래도 자신감을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며 “나만의 페이스대로 내가 경기를 끌고 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부담감 없이 했을 때는 항상 내가 경기를 이끌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첫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는 않았지만, ‘포항의 왕’이 되리라는 선언은 유효하다. 그는 미래에 팀 동료인 김승대, 손준호(산둥 타이산)처럼 포항의 상징적인 선수가 되길 꿈꾼다.
김종우는 “지나가다 다들 장난식으로 킹종우라고 하고, 왕이라고 부른다. 장난만 치는 게 아니라 다들 정말 도와주려고 한다”며 웃으며 “한 경기로 이렇게 평가받는 건 아니지 않은가. 부담감을 조금씩 내려놓고 내 플레이를 찾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