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화장품 그룹 로레알의 한국지사 로레알코리아가 처음으로 버추얼휴먼을 인턴사원으로 채용한 이유는 이랬다.
로레알은 지난 13일 버추얼휴먼 ‘반자민’을 인턴사원으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로레알은 2022년 버추얼휴먼 '이솔'을 단발성 모델로 기용한 적이 있다. 올해는 반자민을 인턴사원으로 맞으면서 신기술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는 뷰티 기업이 로레알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로레알 관계자는 본지에 "우리는 뷰티의 미래가 물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디지털, 그리고 가상공간을 아우른다고 믿는다"며 "로레알 그룹 차원에서 가상공간과 인게임 경험, 버추얼 인플루언서 등 새롭고 몰입감있는 가상 경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자민은 로레알이 네이버와 손잡고 준비한 '뷰티 원더랜드 페스타'에 등장해 다양한 브랜드를 라이브로 맛깔나게 소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로레알 역시 이 경험을 통해 한걸음 더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로레알 관계자는 "버추얼휴먼을 로레알코리아의 인턴으로 함께하면서 내부에서 버추얼휴먼과 협업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네이버 라이브 영상을 함께 찍으면서 소비자들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 있어 더욱더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국내 버추얼휴먼의 시초는 1998년 사이버 가수 아담이다. 그러나 다소 어색한 외모와 괴리감 있는 기술 수준으로 긴 시간 사랑받는데 실패했다.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혔던 버추얼휴먼은 2년 전 '로지'를 기점으로 늘어났다. 채용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괜찮은 버추얼휴먼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로레알 관계자는 "이번 버추얼인턴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열정적이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로레알의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을 새로운 시각에서 선보일 수 있는 버추얼휴먼이 반자민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반자민을 만든 펄스나인은 2017년 설립된 인공지능(AI) 그래픽 스타트업이다. AI 기반 '가상 아이돌'을 만드는 업체다. 지난해 4월에는 자체 제작한 가상인간 '제인'이 국내 최초로 웹드라마 정식 배역을 맡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사인 넵튠 등이 주요 투자사로 XR(혼합현실) 기술에 일가견이 있다. 특히 버추얼휴먼이 실제 음식을 먹는 '먹방'을 연출하고 이를 구현하는 기술력은 국내 최상위권 수준이라는 것이 펄스나인 측의 설명이다.
박지은 펄스나인 대표는 "일부에서는 버추얼휴먼이 과포화 상태라는 말도 나오지만 우리는 지금부터 진짜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술이 발전하는 동시에 보급되면서 실생활에 유용하게 적용되는 버추얼휴먼이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진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100억 달러(약 14조원) 수준이었던 전 세계 버추얼휴먼 시장 규모는 연평균 36.4% 성장해 2030년 5275억8000만 달러(약 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표는 “현재 중국의 모 기업은 버추얼휴먼 1명당 7444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향후 7~8년가량 뒤엔 무려 730조원에 달하는 시장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세가 굉장히 가파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