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타자(왼손타자)+저승사자를 합친 말로, 왼손 타자에게 강한 투수를 일컫는다. KT 위즈엔 ‘좌승사자’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선수가 한 명 있다. 바로 KT의 좌완 스페셜리스트 조현우(29)다.
조현우는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세 시즌 동안 좌타자 235명을 상대해 피안타율 0.178(208타수 37안타), 평균자책점(ERA) 1.52(59와 3분의 1이닝 10자책)로 극강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왼손타자를 상대한 87경기에서 홈런은 단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이런 조현우를 좌타자 스페셜리스트로 기용, 상대가 왼손타자를 내보냈을 때 한두 명만 확실하게 잡고 내려올 수 있도록 활용했다. 소화한 이닝은 많지 않지만, 조현우는 엄연한 팀의 필승조로서 KT가 2021년 창단 첫 통합우승을 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2022년은 아쉬웠다. 19경기에 나와 2홀드 ERA 4.50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좌타자 피안타율도 그답지 않게 0.308(39타수 12안타)로 치솟았다. 후반기에는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7월 이후엔 퓨처스(2군)리그에도 나오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팔꿈치 통증이 문제였다. 통증이 있어 병원 검진을 받았는데 팔꿈치에서 뼛조각이 발견됐다. 병원을 네 군데 더 다녀봤지만 비슷한 소견이 나와 결국 수술을 결정했다. 그는 “더 이상 공을 못 던지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팠다. 검진을 받고 고민이 많았는데, 빨리 수술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라고 회상했다.
부진이 팔꿈치 통증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조현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그냥 핑계다”라고 말한 그는 “피칭 밸런스 기복이 심했다. 내가 준비가 부족했고, 실력이 부족했다”며 자신에게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고등학교 이후)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이라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이고 나쁜 쪽으로 생각하기보단 ‘이참에 쉬어가자’라고 생각을 바꿨더니 편해졌다”라고 말했다.
길고 긴 재활치료. 조현우는 마운드에 서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하며 지루한 시간을 버티고 있다. 하루빨리 마운드에 올라 ‘좌승사자’의 위용을 다시 떨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조현우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좌승사자보단, 그냥 저승사자 하고 싶다”라며 모든 타자들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이는 투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조현우의 몸 상태는 70% 정도 올라왔다. 평지에서 80% 정도의 힘으로 공을 던지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단계도 코앞이다. 주어진 재활 일정대로 차근차근 훈련해 3월 말까지 몸을 100%로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조현우는 “관중 많은 경기장과 치열한 경기에서 오는 그 쫄깃함이 그리웠다. 빨리 그라운드로 돌아가 그 긴장감을 다시 느끼고 싶다”라며 복귀를 고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