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1년간 공들여 키운 미래 먹거리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베일을 벗었다. 찌르는 고통 없이 모바일로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개인 맞춤형 혈당 관리 솔루션으로 출사표를 던진다. 정부의 사업 육성 의지와 맞물려 제대로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설명회를 열고 사업 청사진을 공개했다. 지난해 3월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마련한 공식적인 자리다.
황희 대표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서 저희 서비스로 고객이 건강해진 것을 체화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일까 생각해봤다"며 "통계학적으로 많은 사람이 앓고 있지만 해결이 안 되는 문제를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카카오헬스케어가 처음으로 지목한 질병은 당뇨다. 흔한 질병인데도 측정 방법이 까다로운 것이 페인포인트(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로 꼽혀왔다. 기존 BGM(자가혈당측정기)은 하루에도 몇번씩 손가락을 바늘로 찌르는 고통을 견뎌야 했다.
이에 카카오헬스케어는 패치 형태로 붙이면 최대 15일간 원할 때마다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CGM(연속혈당측정기)과 앱을 연동한 혈당 관리 솔루션을 올해 3분기 내 선보일 계획이다.
CGM은 피하지방 간질액 속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바늘이 있지만 볼펜 뒤쪽을 누를 때의 속도로 빠르게 한 차례 부착하면 그만이다. 통증도 거의 없다.
카카오헬스케어가 제공하는 별도 앱은 이 센서의 데이터와 이용자의 식습관·운동·수면 패턴 등 필요한 정보를 연동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다'를 미션으로 그동안 놓쳤던 나쁜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정확한 건강관리 가이드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데이터 입력이 필수다. 번거로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카카오헬스케어는 '비전 AI(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먹은 음식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기만 해도 AI가 종류를 파악해 칼로리 등을 산출한다.
혈당 수치를 벗어났을 때처럼 위급한 상황에는 알림을 발송한다. 카카오 인증을 거쳐 가족·지인과 원격으로 서로의 건강을 챙길 수 있다.
아직 수익 구조를 구체화하지 않아 어떤 형태로 시장에 내놓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제조사 협의로 시중 CGM 가격보다는 저렴하게 출시할 것이라는 게 회사의 입장이다.
월 구독 상품이 아닌 초기 한 차례 가입해 기기를 차고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속해서 혈당을 관리하는 서비스로 나올 전망이다. 관련 데이터는 오로지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활용하며, 외부 의료기관에 판매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못을 박았다.
향후 B2C를 겨냥해 세 가지 정도의 신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전용 디바이스 없이도 PPG(광혈류측정) 등 모바일 센서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 발표에 앞서 정부가 바이오헬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눈길을 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 회의'에서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만 하면 산업이 안 된다"며 "민감한 개인정보를 가명정보화·비식별화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바이오헬스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국회에 계류된 '디지털헬스케어법'의 조속한 처리를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