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64) 전 베트남 대표팀 감독은 ‘도전’을 강조한다. ‘애제자’인 반토안(27·서울 이랜드)의 한국 진출을 응원하는 이유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 1일 서울 이랜드와 충북청주FC의 K리그2 개막전이 열린 목동종합운동장을 찾았다. 반토안의 한국 무대 첫 경기를 관전하기 위함이었다. 박 감독은 서울 이랜드 머플러를 두르고 반토안을 응원했다.
마침 반토안은 브라질 출신의 공격수 호난과 함께 서울 이랜드의 최전방을 책임졌다. 주 포지션이 윙어인 반토안은 이날 4-4-2 포메이션의 투톱으로 활약했다.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 뒷공간을 허물고, 드리블 돌파에 일가견이 있는 반토안은 충북청주를 상대로 장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공을 잡는 횟수가 많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 상대와 경합 상황에서 나가는 공을 끝까지 쫓아 동료의 슈팅 기회를 만들어주는 장면은 돋보였다.
하프 타임에 취재진과 마주한 박항서 감독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직 볼을 받고 소유할 기회가 없는 것을 보면 시간이 더 필요한 거 같다”고 평했다. 이날 반토안은 81분간 활약했다.
키 1m69cm, 체중 59kg인 반토안은 피지컬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한국 축구가 몸싸움이 잦고, 거칠기 때문이다. 베트남 내 정상급 선수였던 쯔엉과 응우옌 콩푸엉도 한국 무대에 야심 차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씁쓸히 돌아간 경험이 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이 한국 가는 걸 두려워한다. 콩푸엉이나 쯔엉이 적응을 잘 못 하고 돌아갔고, 한국 축구가 체력·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반토안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가라’고 했다. 5년간 지켜본 반토안은 장단점이 분명하지만, 자기관리를 잘하는 선수”라며 엄지를 세웠다.
오래 지켜본 제자와 K리그에 정통한 박항서 감독이지만, 성공 여부를 예단하지는 않았다. “미래는 알 수 없다”는 박 감독은 “실패가 무서워서 도전하지 못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공이냐 실패냐는 본인 노력과 주위 도움도 있어야 하고 운도 따라야 한다. 도전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토안은 유년 시절부터 15년간 베트남 클럽 호앙아인 잘라이에서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첫 이적을 해외, 그것도 까다로운 스타일의 한국 무대를 밟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는 앞서 K리그에서 쓴잔을 든 쯔엉과 콩푸엉에게 한국 무대의 어려움을 듣기도 했다. 박항서 감독이 반토안의 도전을 높이 사는 이유다.
박항서 감독은 “1부 리그(K리그1)로 가면 출전 기회도 적을 수 있다. 2부에서 검증받고 (한국 무대에) 적응할 수 있기에 잘 선택한 것 같다”며 “반토안이 서울 이랜드에서 성공을 거둬 베트남 선수들이 한국에 진출할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베트남 선수들의 해외 진출 사례는 비교적 적다. 최근 베트남 축구 수준이 진일보한 만큼, 선수들이 더 높은 무대에서 기량을 펼쳤으면 하는 게 박 감독의 소망이다.
K리그 데뷔전을 치른 반토안은 취재진을 만나 박항서 감독의 응원에 감사를 표한 후 “나는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동료, 팬들과 경험이 내겐 가장 소중하다”며 “한국 축구에 차츰 적응하면 더 좋은 활약을 보일 것 같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