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메이트 영화의 매력은 작품 안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확장된다는 점 아닐까요. 좋은 영화 한 편이 촉발한 감상과 의미를 다른 분야의 예술과 접목해 풀어보고자 합니다. ‘환승연예’는 영화, 음악, 도서, 미술 등 대중예술의 여러 분야를 경계 없이 넘나들며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청춘을 스크린에 담으면 어떤 이미지가 나타날까. 오는 15일 개봉하는 ‘소울메이트’는 사랑과 우정 사이 성장하는 세 사람의 청춘 이야기를 가득 담은 영화다. 배우 김다미와 전소니의 마음 깊은 우정과, 그들 사이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남자 변우석의 빛나는 비주얼을 제주도라는 배경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원작으로 하는 ‘소울메이트’는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 그리고 진우(변우석)가 기쁨, 슬픔, 설렘,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한 이야기다. 원작에서 그리는 다소 어두운 톤과는 달리, ‘소울메이트’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화면의 채도와 밝기를 높여 싱그러운 느낌을 더했다. 교복을 입은 김다미와 전소니의 10대 시절 레트로한 감성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소울메이트’에서 그리는 청춘의 색은 등산길에서 하은이 미소를 카메라에 담는 순간 절정으로 치닫는다. 옛 추억이 담긴 필름카메라를 보는 듯, 아름다운 색감과 아련한 느낌을 주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대만 영화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는 사고뭉치 17살 남학생 커친텅과 최고의 모범생 션자이와의 풋풋한 로맨스를 그렸다. 션자이는 매번 선생님께 혼나는 커친텅을 한심하게 여기고, 커친텅은 ‘범생이’ 션자이가 잘난체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조금씩 가까워지게 된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스틸컷.
두 사람에게 어렴풋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는 지점을 묘사한 장면이 아름답다. 교과서를 놓고 온 션자이에게 자기 책을 넘겨주고 벌을 서는 커친텅과, 그런 커친텅에 고마워하며 미소 짓는 션자이에 비스듬하게 들어오는 오후 햇빛이 산뜻한 느낌을 준다. 간질거리는 미묘한 관계가 계속되면서 두 사람의 배경에 깔린 여름의 풍광도 아련하다.
하지만 커친텅과 션자이의 관계는 크게 진전되지 않은 채 성장하게 되고, 둘은 결국 미성숙한 표현 방식으로 헤어지게 된다.
당시 션자이 역을 맡은 배우는 천옌시로, 커친텅 역의 가진동보다 8살 많았다. 천옌시의 청순하고 귀여운 이미지도 한몫 했지만,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촬영 감독은 뮤직비디오 촬영감독 출신으로 조명 세팅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고 한다. 그야말로 그 시절을 찬란하게 빛냈다.
◆ 나의 소녀시대
대만 영화 ‘나의 소녀시대’(2015)는 국내에 ‘왕대륙 팬덤’을 형성시킬 만큼 많은 인기를 얻었다. 1994년, 유덕화의 아내를 꿈꾸는 소녀 ‘린전신’과 학교 일진인 쉬타이위와의 로맨스를 담았다.
'나의 소녀시대' 스틸컷.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가 남학생의 첫사랑 이야기였다면, ‘나의 소녀시대’는 여학생의 첫사랑 이야기다. 아이돌에 열광하며 사는 소녀는, 늘 사고만 치고 다니는 문제아에 찍히게 된다. 두 사람은 각자 킹카인 오우양페이판, 퀸카인 타오민민을 좋아하지만 오우양페이판과 타오민민을 헤어지게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하며 서로에게 빠져들게 된다.
린전신 역을 맡은 송운화는 털털한 연기부터 ‘안경을 벗고 변신한’ 청순한 모습까지 귀여운 여고생을 잘 표현해냈다. 수영장 안에 숨을 참고 버티던 린전신을 쉬타이위가 구해내는 장면은 푸른 물빛이 주는 청량함과 미묘하게 엮이는 두 사람의 간질간질한 로맨스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소울메이트’와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그리고 ‘나의 소녀시대’는 모두 아직 다 자라지 않았기에 서툴고, 그렇기에 더 아름다운 시절을 담은 영화들이다. 해피 엔딩도, 새드 엔딩도, 열린 엔딩도 모두 있으니 취향에 따라 골라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