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기(50)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비공식' 인스트럭터로 나서 소속팀 투수들을 지도한 '친구' 박찬호(50)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키움 '미래 에이스' 장재영(21)은 박찬호에게 투구 기술과 멘털 관리 노하우를 배웠다.
키움 선수단은 지난달 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진행한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5일(한국시간) 귀국했다. 홍원기 감독은 "캠프를 앞두고 정한 개별 목표를 충실히 수행한 것 같다. 야수 박주홍·임병욱, 투수 장재영·변시원이 유독 성장한 것 같다. 이형종·원종현·임창민 등 새로 합류한 선수들도 팀에 잘 녹아 들었다"고 총평했다.
'특급 유망주' 장재영이 선발진 진입 청신호를 밝힌 게 고무적이다. 그는 지난해 11~12월 참가한 호주 프로야구리그에서 이전보다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줬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시뮬레이션 게임, 네덜란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과의 평가전에 등판해 각각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기록보다 투구 내용이 좋았다는 평가다.
장재영은 2021년 1차 신인 드래프트에 지명된 특급 유망주였다. 계약금으로 역대 2위 규모인 9억원을 받을 만큼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난 2시즌(2021~2022) 동안 승리 없이 평균자책점 8.53을 기록하며 기대에 못 미쳤다. 150㎞/h 중·후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지만, 제구력이 좋지 않았다.
그런 장재영이 이번 캠프에서 '영점'을 잡은 모습을 보여줬다. 구속은 150㎞/h 초반이 찍혔지만,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이 많지 않았다. 멘털도 성숙해졌다는 평가다. 다가올 시즌(2023) 선발진 한 자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장재영이 도약 발판을 만든 건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지도 덕분이다. 박찬호는 지난달 14·15일 키움 캠프를 찾았고, 투수들의 불펜 피칭을 직접 지켜본 뒤 개별 지도까지 나섰다. 고교(공주고) 동기동창인 홍원기 키움 감독의 요청이 있었다.
박찬호는 장재영이 투구할 때 머리가 흔들리는 점을 지적했다. 힘을 너무 많이 쏟으려 한다는 것이었다. 최고 구속보다 느린 공을 던져도, 원하는 위치로 뿌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시즌(2021~2022) 득점권 위기에서 피출루율 0.500을 기록하며 부진했던 장재영에게 "어떤 투수나 점수를 내줄 위기에선 긴장하게 마련이다. 그걸 인정하고, 그저 조금이라도 긴장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장재영은 "박찬호 선배님과는 고교 시절 해외 전지훈련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가끔 문자를 주고 받으며 조언을 구했다. 프로 데뷔 뒤엔 이번 캠프에서 조우했는데, 확실히 이전보다 엄격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많이 해 주시더라. 이틀이나 방문해 기술과 멘털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 주셔서 정말 고마웠다"고 전했다.
홍원기 감독은 부임 뒤 처음으로 해외 전지훈련을 지휘했다. WBC 방송사 해설위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 특별 고문 수행 등 여러 일로 바쁜 박찬호지만, 친구와 후배들을 위해 시간을 냈다. 홍원기 감독도 "박찬호가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KS)를 치를 때도 경기장에 방문해 선수들에게 좋은 기운을 줬다. 젊은 투수들에게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