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인 8일 개봉하는 영화 ‘콜 제인’은 낙태가 금지됐던 1960년대 미국에서 임신으로 고통 받던 1만 2000여 명의 여성을 구한 비밀 단체 제인스의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영화에는 할리우드 대표 우먼파워로 손꼽히는 시고니 위버, 엘리자베스 뱅크스, 운미 모사쿠, 케이트 마라 등이 출연한다. 특히 제인스의 리더 버지니아 역을 맡은 시고니 위버는 영화의 배경이 된 시대를 실제로 경험했던 여성으로서 당시의 고통에 크게 공감했다는 전언. 위버는 ‘콜 제인’ 개봉을 앞두고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했다.
특히 이 작품이 주목을 받는 건 필리스 나지 감독의 전작 ‘캐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캐롤’은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신분이 다른 두 여성이 첫눈에 반해 하나의 사랑이 돼 가는 과정을 그렸다.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억압된 여성들의 욕망을 조망하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필리스 나지 감독은 ‘캐롤’에 각본으로 참여해 여성의 신뢰와 연대, 애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제80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이를 통해 할리우드 영화계를 대표하는 여성 서사의 강자로 떠오른 만큼 나지 감독이 ‘콜 제인’에서는 또 어떤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뤘을지 관심이 모인다.
‘캐롤’에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가 있었다면 ‘콜 제인’에는 시고니 위버와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있다. ‘콜 제인’에서 시고니 위버는 비밀리에 임신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돕는 단체 제인스의 리더 버지니아를, 엘리자베스 뱅크스는 평범한 주부에서 제인스의 핵심 멤버로 거듭나는 조이를 각각 연기한다.
버지니아는 여성 연대 제인스의 창립자로 타고난 지도자형의 인물이다. 단호함과 유연함을 오가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다양한 연령, 인종, 계층으로 구성된 멤버들을 하나로 이끈다. “제인스는 내 딸”이라고 말할 정도로 제인스 활동에 강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실제 인권 및 환경보호 활동가로 유명한 시고니 위버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기대된다.
조이는 제인스의 도약을 이끄는 혁신가형 인물이다. 변호사 남편과 착한 딸을 둔 중산층 가정의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제인스를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이후 조이는 의료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버지니아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선구자적 인물로 거듭난다. 엘리자베스 뱅크스는 조이를 연기한 소감에 대해 “서로 돕고 돌보는 여성들의 오랜 전통애 연결된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들은 일찌감치 영화에 대한 호평을 쏟아냈다. 뉴욕타임즈는 ‘콜 제인’을 ‘가부장제에 맞서는 페미니스트의 이야기를 넘어 계속해서 말해야 할 이야기’라 평했고, 댓 셸프는 버지니가가 ‘아이스 스톰’ 이후 시고니 위버가 연기한 최고의 캐릭터라고 손꼽았다.
제작진은 1960년대 미국의 시대상을 제대로 담기 위해 당대에 활동한 여성 사진가들의 작품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다채로운 의상과 클래식 카, 영화에서 중요한 오브제로 사용되는 ‘다이얼 전화’까지 당시의 시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소품과 배경들이 121분의 러닝타임을 수놓는다.
‘여성을 돕는다’는 하나의 신념으로 이어진 여성들의 깊은 신뢰와 애정, 서로를 향한 존경. 특히 조이가 제인스 멤버로 합류해 본격적 활동을 시작하는 부분부터는 점차 좁혀오는 경찰의 포위망이 더해져 한 편의 케이퍼 무비 같은 긴장감을 만날 수 있다. 신체적 독립을 갈망한 여성의 뜨거운 연대를 통해 ‘콜 제인’이 ‘캐롤’의 신화를 이을 수 있을까. 나지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이 기대되는 ‘콜 제인’은 8일부터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