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오반(피지컬100 출연) 인터뷰 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3.02.
“운동은 친구 같고 음악은 여자 친구 같아요. 운동은 평생 가지 않아도 좋지만 평생 갈 것 같고 음악은 평생 갈지 안 갈지 모르지만 평생 갈 것처럼 해야 할 것 같거든요.”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피지컬: 100’에 출연해 기대 이상의 체력과 근력을 보여준 가수 오반은 최근 서울 중구 일간스포츠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당분간 음악 활동에 집중하고 싶다”는 그는 “여자 친구를 만나려면 친구 만날 시간은 줄여야 하지 않느냐”며 웃었다.
운동을 하는 건강한 생활과 영감을 찾아 갈구하는 음악인으로서의 삶. 오반은 이제 막 그 둘 사이의 밸런스를 찾아가려 하는 참이다. 가수 오반(피지컬100 출연) 인터뷰 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3.02. “전에는 그냥 저 좋을 대로 했거든요. 감정에 집중하면 괴로우니까 여자 친구 만나려면 친구 만날 시간은 줄여야 하잖아요. 그 둘 사이 밸런스를 유지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아주 어렵죠.”
오반이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약 4년 전이다. 살을 빼는 게 목적이었는데, 마침 집 앞에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가 하는 체육관이 있었다. 궁금해서 들어가 봤던 그 체육관에서 운동의 재미를 느꼈고, 그렇게 하다 보니 취미를 넘어 생활의 일부가 됐다. 어찌 보면 운명이었던 셈이다.
“어느 날 저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게 살고 있다고 느껴지는 거예요. 그래서 피아노, 기타, 화성악, 운동을 시작했는데, 한 달여 만에 다 때려치우고 운동만 남았어요. 제가 원래부터 운동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가수 오반(피지컬100 출연) 인터뷰 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3.02. 그렇게 격투기로 시작한 운동의 스펙트럼은 점차 넓어졌다. ‘피지컬: 100’ 촬영 즈음엔 실제 격투기 대회에도 출전할 정도로 깊이도 생겼다. 운동을 시작한 이래 지난 4년 여의 시간은 오반의 삶을 더욱 건강하고 안정적이게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심신의 안정화가 음악에는 다른 영향을 줬다. 오반은 “사람들은 자신의 힘듦을 나누고 공감 받기 위해 내 음악을 소비했던 것 같다”며 “건강한 오반이 만드는 건강한 음악은 크게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저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어서 음악을 만들었거든요. 제가 만든 음악으로 저를 설득하려면 엄청난 설득력이 필요해요. 그러면 노래가 디테일해질 수밖에 없고, 사람들은 그런 음악을 듣고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꼈던 거고요. 지난 3~4년 동안 대중은 완벽해 보이는 사람보다는 불안정하고 결핍이 있는 것 같은 사람에게 오히려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가수 오반(피지컬100 출연) 인터뷰 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3.02. 그럼에도 ‘피지컬: 100’은 오반에게 큰 기회였음이 분명하다. 190여개국으로 송출된 ‘피지컬: 100’은 공개 이후 글로벌 톱10 비영어 TV쇼 부문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80여개국의 톱10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릴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오반은 새로운 글로벌 팬들을 얻었고, 그들에게 가수로서의 매력과 또 다른 역량을 보여줄 수 있었다.
“운동을 하면서 오히려 제 자신이 얼마나 약한지를 알았고, 그래서 피지컬 쪽으로 대단한 사람들이 100명 모여 있는 프로그램에 나간다는 게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프로그램 출연 제의를 받고 너무 하고 싶었어요. 뛰어난 피지컬을 가진 분들과 호흡하고 싶었고, 또 넷플릭스라는 큰 플랫폼 안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제가 그렇게 빼어난 활약을 한 것도 아닌데도 관심 주시고 기억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가수 오반(피지컬100 출연) 인터뷰 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3.02. ‘빨간 머리’로 초반 에피소드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던 오반은 일대일 데스매치 미션에서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등 가수라는 직업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안타깝게 격투기 경기에서 오른손 손등에 골절을 입고 수술을 한 오반은 이후 진행된 모래 나르기 미션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아쉬운 건 제 컨디션이 최상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부상 없이 멀쩡한 손으로 최선을 다했다면 져도 미련이 없었을 텐데 제대로 해 보지 못 하고 떨어졌다는 게 아쉬워요. 물론 부상이 없었으면 안 떨어졌을 거란 얘기는 아니에요. 제가 최선을 다하지 못 했다는 데 대한 아쉬움이죠.”
한국 예능으로선 이례적으로 넷플릭스 미국 순위 톱10에 들 만큼 높은 인기를 끌었던 ‘피지컬: 100’인 만큼 다음 시즌이 이어질 거란 기대감도 나오는 상태다. 오반은 새 시즌이 나온다면 얼마든지 출연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자기 객관화를 너무 잘하는 사람”이라면서 “그것 때문에 사실 시즌1 때는 강하게 내 자신을 어필 못 한 것 같다. 다음 시즌을 하게 되면 제작진이 원하는 그림을 조금 더 잘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가수 오반(피지컬100 출연) 인터뷰 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3.02. “이번에 ‘피지컬: 100’을 하면서 개인의 능력치가 꼭 우승을 담보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개인적인 역량으로만 본다면 제가 1등은 절대 아니겠지만, 이번 시즌보다는 더 잘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피지컬: 100’ 시즌2에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물론 본업은 가수다. ‘피지컬: 100’으로 운동인, 예능인으로서 매력을 보여줬다면 이젠 본업에 집중,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을 발표하고 싶다. 오반은 “만들어 놓은 노래들은 많이 있다”면서 “최대한 빠르게 발매하고 싶다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어쨌든 저는 뮤지션으로 기억되고 싶으니까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소비되길 바라고 있어요. 예전에는 회사에서 먼저 많은 걸 제시했다면 이젠 제가 의견을 많이 낼 수 있는 입장이 됐기 때문에 어떤 캐릭터를 가지고 갈 건지, 어떤 음악을 들려드릴 건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다음 또 회사와 잘 상의를 해서 되도록 빠르게 신곡을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