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정규리그 우승 도전이 험난하다. 1위 대한항공과 치른 5일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승점 66에 머문 현대캐피탈은 5 차이로 벌어진 대한항공과의 차이가 부담스럽다. 남은 3경기에서 일단 전승을 노려야 한다. 한국전력·KB손해보험·OK금융그룹 등 3위 경쟁이 치열한 팀들과의 경기가 남아 있다.
승리가 절실했던 대한항공전 패배.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완벽한 조직력과 기본기를 보여준 대한항공 선수들을 칭찬하면서도 이 경기가 '세터 싸움'에서 갈렸다는 점을 감추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리그 넘버원 세터이자 백전노장 한선수가 있었고,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주전으로 올라선 신인 이현승이 야전 사령관을 맡았다. 최 감독은 "이현승에게는 부담스러운 경기였던 것 같다. 한두 차례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기회에서 (이)현승이가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경험을 강제로 주입할 순 없다. 편안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건 내 역할이다. 현승이가 2~3년 만 일찍 들어왔어도 이 경기(5일 대한항공전)처럼 흔들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현승은 프로 무대 경험에 비해 과감하고, 창의적인 경기 운영과 공 배급으로 최태웅 감독에 눈에 든 선수다. 한국배구 세터 계보를 잇는 최 감독 눈에 성장 가능성이 보인 것이다.
이현승이 소속팀의 1위 탈환 기회를 눈앞에 두고 흔들린 건 사실이다. 아포짓 스파이커 허수봉을 미들 블로커로 쓰는 사령탑의 변칙 운영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1세트 초반 애써 속공을 시도하기도 했다.
수확도 있다. 최태웅 감독은 "이런 경험을 미리 해서 다행"이라고 했다. 정규리그 우승 불씨는 꺼지지 않았고, 설령 2위로 마친다고 해도 포스트시즌이 남아 있다.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가면 대한항공에 설욕할 기회도 생긴다. 최 감독은 이현승이 실패를 자양분 삼아 더 중요한 승부에서는 제 기량을 발휘하길 바란다.
이현승은 김준우(삼성화재) 신호진(OK금융그룹) 등과 함께 2022~23시즌 V리그 신인왕 경쟁 중이다. 신인 세터가 주전에 올라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현대캐피탈의 남은 행보에 이현승은 키플레이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