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야구에 대한 열의, 열정, 팀에 대한 목표 의식, 헌신, 워크에식까지 모든 게 잘 된 스프링캠프였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지도자로서 첫 선수단 담금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두산은 지난 6일 34일 동안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다른 국내팀과 떨어져 스프링캠프 훈련을 홀로 소화했지만, 5차례 실전(호주올스타 1경기·청백전 4경기)을 통해 경기 감각을 성공적으로 끌어올리며 2023시즌 준비를 끝냈다.
스프링캠프를 마친 두산 선수단은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귀국한 선수단은 이승엽 감독을 포함해 선수들까지 모두 까맣게 그을려져 있었다.
귀국 후 취재진과 만난 이승엽 감독은 처음으로 지도한 스프링캠프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너무 잘 진행됐다. 비도 거의 오지 않아, (비를 피해) 실내 구장을 사용한 게 두 번 정도였다"며 "선수들이 말하지 않아도 아주 잘 따라와줬다. '너무 많이 하는 게 아닌가'할 정도로 야간 훈련까지 소화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지만, 준비하는 과정은 충분히 잘해내고 왔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승엽 감독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MVP(최우수선수)를 따로 선정하지 않았다. 모든 선수들의 훈련 태도를 높이 평가해서다. 특히 고참들의 모습을 크게 칭찬했다. 이 감독은 "깜짝 놀랐다. 최고참 김재호는 1985년생으로 한국 나이 서른아홉살이다. 그런데도 후배들과 똑같이 훈련량을 소화했다"며 "힘들어하길래 고참들의 야간 훈련은 자율로 맡겼는데, 모두 나와서 소화하더라. 이렇게 야구에 대한 열의, 열정, 또 팀에 대한 목표 의식, 헌신, 워크에식까지 모든 게 잘 된 스프링캠프였다"고 칭찬했다.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부터 면담하고 주목할 선수로 꼽았던 장원준과 신성현에 대해서도 호평을 남겼다. 이 감독은 "장원준은 삼심대 후반 베테랑이다 보니 아직까지는 (페이스가)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어린 선수들보다야 시간이 더 걸릴 거다. 그래도 구위가 좋아지고 있고, 충분히 팀에서 좋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라며 "신성현은 이번 캠프에서 꾸준히 활약을 펼쳤다. 시범경기까지 계속 (이 페이스로)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 시간이 너무 잘 가더라. 선수 때는 시간이 가질 않아 힘들어 미칠 것 같았다"며 "그런데 스프링캠프 막바지에 이르니 빨리 가더라.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해 그렇게 느낀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선수 때는 나만 봤다면 감독은 멀리서 모든 걸 봐야하니 힘든 점은 있다. 그래도 감독의 역할이 달리 있겠나. 좋은 코치들을 영입해주셨으니 그분들과 이야기하면서 선수들이 잘할 수 있도록 박수쳐주고 잘 웃어줘야 할 것 같다. (타자 출신이라고) 타격 코치도 아닌데 타격에 간섭하면 선수들도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자신의 역할에 선을 그었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의 역사를 새로 썼던 이승엽 감독이다. 특히 초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홈런왕을 차지했던 만큼 대표팀 후배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애정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한일전 같은 특수한 경기는 점수 차가 많이 나지 않을 거다. 도쿄 원정이라 압도되면 안 되니 선취점을 내면 오히려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일본 대표팀에 역대 최고 선수들이 나왔다고 위축될 필요 없다"며 "호주전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하지만 호주 올스타를 상대해보니 좋은 선수들이 꽤 있더라. 방심하지 말고 1회부터 빨리 점수를 내고, 점수 차가 벌어져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풀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 2009 WBC에서 대표팀에 승선하는 대신 후계자로 김태균(현 KBSn스포츠 해설위원)을 꼽았던 그는 이번 대회 키플레이어로 강백호를 꼽았다. "강백호가 잘했으면 좋겠다. 지난해 많이 부진했으니 아마 지난 겨울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하고 오지 않았을까. 연습경기 성적도 괜찮은 것 같다. 독기를 품으면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 이정후는 중장거리 타자지만, 강백호는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다. 도쿄 돔에서 공이 뜨면 담장을 넘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정확도에만 신경쓴다면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귀국 후 하루 휴식하는 두산 선수단은 오는 9일부터 잠실 야구장에서 훈련을 소화한다. 두산은 이어 오는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전을 시작으로 시범경기에 돌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