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24·KT 위즈)가 지난 겨울 준비를 굉장히 많이 했을 거다. 독기를 품으면 사람이 또 달라질 수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초대 홈런왕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의 기운이 후배 강백호에게 닿을 수 있을까.
이승엽 감독은 호주 시드니에서 진행됐던 두산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하고 지난 7일 귀국했다. 이승엽 감독이 지도자로 처음 맞이한 스프링캠프였다. 두산은 13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와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막판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이승엽 감독은 9일 첫 경기를 치르는 2023 WBC 한국 대표팀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지난 2006년 1회 대회 4강 진출의 주역이다. 당시 5홈런을 쳐 대회 홈런왕에도 올랐다.
이승엽 감독은 대표팀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WBC는 굉장히 중요한 대회다. 선수들이 잘할 것이라 믿는다. 힘들겠지만, 선수들 모두 컨디션이 좋더라. (두산 소속인) 곽빈이 제일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이 감독은 정신력과 집중력 싸움이 될 것이라 바라봤다.
이승엽 감독은 WBC에 불참한 지난 2009년에도 자신 대신 후계자로 김태균(현 KBSN스포츠 해설위원)을 꼽았다. 이 감독의 예언은 적중했다. 김태균은 타율 0.345 3홈런(공동 1위) 11타점(1위) 9득점(1위)으로 팀을 결승전으로 이끌며 대회 올스타 1루수에도 선정됐다.
이 감독의 이번 '픽'은 강백호다. 강백호는 지난해 부상으로 단 62경기 출장에 그쳤다. 타율은 0.245에 불과했고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 홈런(6개)에 그쳤다. 시즌 후에는 전년보다 47.3% 삭감된 연봉 2억 9000만원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
이승엽 감독은 강백호의 실력과 멘털을 믿었다. “강백호가 잘했으면 좋겠다. 지난해 부진하면서 연봉도 많이 깎였다. 그런 걸 고려하면 아마 지난 겨울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하고 왔을 것"이라며 "연습경기 컨디션도 괜찮아 보였다. 독기를 품으면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의 경우 중장거리 타자지만, 강백호는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다. 도쿄 돔에서는 공이 뜨면 담장을 넘길 수 있다. 그 생각을 갖고 정확도에만 신경 쓴다면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경기가 끝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전력 차가 아무리 커도 마찬가지"라며 "한일전 같은 특수한 경기는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점수 차가 많이 나지 않을 거다. 우리가 원정팀이고 약 5만 명을 수용하는 도쿄돔에 일본 팬들로 가득 찰 텐데, (분위기에) 압도되면 안 된다. 점수를 먼저 뽑으면 오히려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고 당부했다.
이승엽 감독은 “일본 대표팀에 역대 최고의 선수들이 나왔다고 하지만, 그런 평가에 전혀 위축될 필요는 없다"며 "일본 대표팀과 (우리 대표팀은) 연봉 차이도 엄청나지 않나. 우리는 몸뚱이 하나 가지고 간다 생각하고 (마음 편히) 들이밀면 된다”고 웃었다.
반대로 호주전 방심을 경계했다. 이승엽 감독은 “꼭 이겨야 하는 경기”라면서도 “캠프에서 호주 올스타와 경기해보니 좋은 선수들이 꽤 있더라. 방심하지 말자. 1회부터 빨리 점수를 내고, 점수 차가 벌어져도 절대 긴장을 풀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런 상대와 경기가 한 번 잘못 말리면 (해결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경기 4~5회까지 흘러간다. 그런 흐름을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