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록을 세우고도 웃지 못했다. 손흥민(31·토트넘)이 또 한 번 ‘빈손’으로 시즌을 마칠 전망이다.
토트넘은 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벌인 AC밀란과 2022~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1차전에서 0-1로 패한 토트넘은 8강 티켓을 밀란에 내줬다.
밀란전은 올 시즌 손흥민의 UCL 8번째, 통산 55번째 경기였다. 손흥민은 종전 박지성(54경기)이 보유한 아시아 선수 UCL 최다 출전 기록을 이날 경신했다. 손흥민은 레버쿠젠(독일) 소속으로 활약하던 2013년 9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UCL 데뷔전을 치른 후 꾸준히 최고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2022~23시즌 손흥민의 UCL 여정은 밀란전에서 막을 내렸다. 이날 경기에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90분 내내 슈팅 1회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는 경기 종료 직전, 프리킥 키커로 나서 해리 케인의 헤더 슛을 끌어낸 장면 외에는 돋보이지 않았다.
혹평이 쏟아졌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손흥민에게 형편없는 밤이었다. 프리킥 찬스 외에 아무것도 만들지 못했다”며 평점 3을 부여했다. 퇴장당한 센터백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점수였다. 또 다른 매체인 90MIN 역시 “손흥민이 또 한 번 멈췄다”고 악평했다. 손흥민(왼쪽)이 밀란과의 UCL 16강 2차전에 선발로 나서며 박지성이 보유한 아시아 선수 최다 출전 기록을 깼다. 그러나 팀은 16강에서 탈락했다.(사진=연합뉴스 AFP)
UCL에서 탈락한 토트넘은 이번 시즌에도 사실상 ‘무관’을 확정했다. 우승은 토트넘의 염원이다. 토트넘은 2008년 리그컵 정상 등극 이후 트로피와는 거리가 멀었다. 리그 우승은 무려 63년 전 일이다. 토트넘은 ‘우승 청부사’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이 부임해서 트로피에 대한 오랜 갈증을 풀길 기대했다.
하지만 토트넘의 행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토트넘은 지난해 노팅엄 포레스트와 카라바오컵 3라운드에서 져 일찍이 여정을 마쳤다. 지난 2일에는 셰필드 유나이티드(챔피언십)에 일격을 맞아 FA컵에서도 짐을 쌌다.
토트넘은 남은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일정만 소화한다. 물론 정상 등극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EPL 4위인 토트넘(승점 45)은 선두 아스널(승점 63) 2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58)와 격차가 크다. 남은 12경기에서 두 팀을 추월하고 트로피를 드는 건 기적에 가깝다. 축구 통계 매체 파이브서티에잇은 토트넘의 EPL 우승 확률을 1%로 측정했다. 리그 4위까지 주어지는 다음 시즌 UCL 진출권 경쟁에서 웃는 게 현실적인 목표다.
손흥민 역시 ‘우승의 꿈’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손흥민은 EPL 이달의 선수상 3회,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 2021~22시즌 EPL 골든 부트 등 수많은 개인상을 휩쓸었지만, 프로 데뷔 14차임에도 우승 트로피에는 입을 맞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