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의 전설 후쿠도메 고스케는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지난 10일) 한일전 결과(일본 13-4 승)가 믿기지 않았다. 특히 투수들이 볼넷을 남발하는 걸 보고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 일본 전문가들이 한일전 결과에 대해 대체로 조심스럽게 코멘트한 것과 달리 후쿠도메는 한 가지만큼은 정확히 지적했다.
후쿠도메는 1999년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데뷔, 이종범(LG 트윈스 코치)와 경쟁하며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졌다. 일본 타자로는 드물게 강한 펀치력을 앞세워 2008년부터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에서 활약했다. 2013년 일본으로 복귀해 지난해까지 선수로 뛰었다. 현재는 일본 TBS 해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2006년 제1회 WBC 일본 국가대표 선수로 뛰었던 후쿠도메는 “과거 한국 투수들은 뛰어난 제구와 공 배합으로 일본을 압박했다. 이번 한국 대표팀은 타자들은 어느 정도 역할을 한 반면, 투수들을 보고 정말 놀랐다. 김광현 정도 되는 투수라면 (일본을 상대로) 긴 이닝을 던져줄 거라 생각했지만, 그도 나이가 들었다”고 말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대표팀 루키였던 김광현은 어느덧 35세가 됐다. 그러나 KBO리그에서는 아직도 그를 대체할 만한 선발 자원을 찾지 못했다. 그나마 그가 3회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물러난 이후 등판한 투수 대부분은 심각한 제구 난조로 자멸했다. 이 장면은 한국은 물론 일본 야구인들에게도 충격적인 모양이다.
후쿠도메는 “강하게 (힘으로만) 던진다고 일본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본 타자들의 힘과 체격이 향상됐다. 탄탄한 기본기 위에서 웨이트트레이닝과 식단 관리를 통해 파워를 만들었다”며 “이제 일본은 미국의 경쟁 상대가 된 것 같다. (일본) 후배들이 정말 잘하는 같다”고 촌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