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축구 K리그1(1부) 수원 삼성 왼쪽 측면 수비수 이기제(32)가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멤버들이 대거 발탁된 상황에서 무릎 인대를 다친 홍철(대구FC)을 대신해 이기제가 추가 합류했다. 이기제는 카타르 대회 2차 예선이 진행되던 2021년 6월 이후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됐다.
‘깜짝 발탁’의 주인공인 이기제는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 1부 도움왕에 오르는 등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였기 때문에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은 것 같다”며 “(김진수, 홍철에 이은) 발탁 3순위라고 생각하긴 했다”고 전했다. 이기제는 지난 시즌 1부 35경기에서 1골·14도움(승강 플레이오프 기록 제외)을 기록, 도움왕에 올랐다.
클린스만 감독은 ‘공격 축구’를 시험해보기 위해 이기제를 발탁한 걸로 보인다. 그는 대표팀 사령탑 취임 기자회견에서 “1-0으로 승리하는 거보다 4-3 승리를 선호한다”며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기제는 리그에서 김진수(전북 현대)와 함께 오버래핑(후방 선수가 공격 진영으로 올라가 패스받는 등의 행위)이 가장 활발한 왼쪽 측면 수비수 중 하나다.
이기제는 “나도 공격 위주의 축구를 정말 좋아한다. 클린스만 감독이 ‘4-3으로 이기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나의 축구 스타일이 공격적인 경향이 있어 발탁된 게 아닌가 싶다. (수비수이지만) 공격에 70%, 수비에 30% 정도로 비중을 둔다. (공격하기 위해) 전방으로 올라가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니, 동료들이 나의 수비 지역까지 커버해주기도 한다”며 웃었다.
이기제가 올 시즌 초반 컨디션이 좋은 것도 영향을 끼쳤다. 이기제는 개막 3경기에 출전해 유효 슛 2개(공동 1위) 키패스 4개(1위) 공격지역 패스 36개(1위) 코너킥 12개(1위) 등 수원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지난 시즌 대부분 공격 지표에서 같은 포지션의 설영우(울산 현대)에게 밀렸던 이기제는 올 시즌 개막 초반엔 리그 수비수 중에서 가장 좋은 공격 지표를 보인다.
무엇보다 이기제는 자신의 확실한 강점이 있다. 왼발 사용이 리그 전체에서도 수준급이다. 소속팀 동료인 염기훈의 후계자라 평가받는다. 특히 롱 패스, 크로스 등이 돋보인다. 팀 내에서 프리킥, 코너킥 등을 전담한다. 이기제도 “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왼발을 사용한 크로스와 세트피스 상황 등에서 나의 강점을 발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은 “이기제는 카타르 월드컵 엔트리에 가장 근접했던 선수 중 하나다. 홍철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발탁할 수 있는 선수 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 이기제는 K리그에서 가장 창조성이 높다. 현재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경쟁자보다 왼발 강점이 현저히 두드러지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기제가 셀틱 공격수 오현규(22)와 재회하는 게 화제다. 오현규는 지난 시즌 수원에서 뛰었고,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예비 멤버로 동행했다. 오현규도 ‘클린스만호 1기’에 합류했다. 이기제는 “현규와 오랜만에 만났는데, 둘이 골을 합작했으면 좋겠다. 내가 크로스를 올리고 오현규가 골을 넣는 모습을 상상하는 (팬들의) 기대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제는 A매치 2경기 출전해 아직 득점이 없다. 그는 “대표팀은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뛰는 곳 아닌가. 많이 배워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기회를 가져 감사하다”며 “선수 생활이 끝날 때까지 월드컵 출전 꿈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