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골키퍼 김승규. 사진=대한축구협회 김승규(33·알 샤밥)와 조현우(32·울산 현대) 간 대표팀 주전 골키퍼 경쟁의 ‘세 번째’ 막이 오른다. 지난 2017년부터 선의의 경쟁을 펼쳐온 둘은 이번엔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에 나선다.
김승규와 조현우는 오는 24일 콜롬비아전(울산) 28일 우루과이전(서울)에 나설 3월 축구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카타르 월드컵 멤버들을 주축으로 1기 명단을 꾸리면서 김승규와 조현우, 송범근(26·쇼난 벨마레)이 부름을 받았다.
클린스만호가 처음 출항하는 만큼 모든 경쟁이 원점에서 시작되겠지만, 그래도 세 번째 옵션인 송범근보다는 김승규와 조현우가 우선 주전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둘의 경쟁은 지난 2017년부터 꾸준히 이어져왔는데, 결과적으로 각각 한 차례씩 우위를 점했다.
처음 경쟁 구도가 형성된 건 2017년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이 경질되고 신태용 감독이 급하게 소방수로 부임했을 때다. 신 감독은 부임 직후 그동안 대표팀과 인연이 거의 없었던 조현우를 꾸준히 발탁하며 김승규, 김진현(37·세레소 오사카)과 경쟁을 유도했다. 결국 여러 평가전을 거친 뒤 조현우가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회 기간 내내 골키퍼 장갑을 꼈다.
조현우는 특히 조별리그 최종전 독일전에서 선방쇼를 펼치며 이른바 ‘카잔의 기적’의 중심에 섰다. 상대적으로 순발력이나 선방 능력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신 감독은 그런 조현우의 능력을 더 높게 평가하고 월드컵에서 깜짝 선발로 기용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골키퍼 김승규.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러나 2018년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경쟁의 ‘2막’이 올랐다. 벤투 감독은 A매치 2연전 때마다 김승규와 조현우를 번갈아 선발로 내세워 경쟁을 유도했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선 김승규가 전 경기에 선발로 나서며 벤투 감독의 마음을 잡은 듯했으나, 이후엔 또다시 번갈아 출전하며 팽팽한 경쟁 구도가 이어졌다. 이후 월드컵 최종예선 들어 김승규가 확실하게 우위를 점했고, 결국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김승규가 대회 내내 골문을 지키며 러시아 월드컵의 설움을 털었다.
벤투 감독은 재임 기간 내내 최후방에서부터 시작되는 빌드업 축구를 강조했다. 이 과정에 순발력 등에서 앞선 조현우보다는 발밑 기술이 좋은 김승규에게 점점 더 마음이 기울었고, 결국 카타르 월드컵 주전 골키퍼의 중책을 맡겼다. 김승규도 월드컵에서 활약하며 한국의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6년 간 김승규와 조현우의 경쟁이 이어지는 동안 둘의 구도를 흔들만한 새로운 후보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클린스만호 초기에도 둘의 경쟁구도가 어느 정도 유지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클린스만 감독은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사령탑이 선호하는 골키퍼 성향, 그리고 대표팀과 소속팀에서의 활약 여부가 조현우와 김승규 간 세 번째 경쟁의 승자를 결정한다. 대표팀 내부 경쟁은 클린스만호에도 긍정적이다.
지난 2017년부터 대표팀 주전 골키퍼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이어오고 있는 김승규(왼쪽)와 조현우.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