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갖고 있는 무라카미 무네타카(23·야쿠르트 스왈로스)는 일본 대표팀에서 4번 타순을 벗어나면 맹타를 휘두른다.
무라카미는 일본이 자랑하는 차세대 거포다. 지난해 또 일본 선수로는 한 시즌 최다 56홈런 신기록을 작성했다. 센트럴리그 타율(0.318) 홈런(56개) 타점(134개) 3관왕에 오르는 등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대표팀의 4번 타자를 맡아 맹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무라카미는 '사무라이 재팬'의 4번 타자에 부담을 느끼는지 고전하고 있다. 대표팀에 소집돼 평가전부터 4번 타순에서 부진하다.
무라카미는 일본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5경기, 19타석 동안 홈런포가 터지지 않았다. 장타력뿐만 아니라 타율도 0.125(16타수 2안타) 낮았다. 그동안 4번 타자로 나섰지만, 7일 열린 오릭스 버팔로스와 평가전에는 6번으로 강등됐고, 이날 홈런을 터뜨렸다. 무라카미는 "이번 시즌 첫 홈런이다. 홈런을 날린 뒤 달리는 법을 잊고 있었다. 이제 좀 안심이 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WBC 본선 1라운드 개막 전에 치른 마지막 평가전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무라카미는 WBC 첫 경기였던 9일 중국전에 4번 타순에 복귀했다. 결과는 3타수 무안타. 볼넷 2개를 얻었지만 안타가 하나도 터지지 않았다. 10일 한국전은 4타수 무안타에 잔루만 7개 남겼다. 11일 체코전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 대회 첫 안타를 신고했다. 다음날 호주와의 최종전에서 4타수 1안타를 쳤다. 1라운드 최종 성적은 타율 0.143(14타수 2안타)로 부진했다. 무엇보다 기대를 모은 장타가 한 번도 터지지 않았다.
일본 현지에서도 우려가 나오자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대표팀 감독은 16일 이탈리아아의 8강전에 변화를 줬다.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를 4번 타순으로 올리고, 무라카미를 5번으로 한 계단 내렸다. 앞타자 3번 오타니가 1라운드 4경기에서 타율 0.500(12타수 6안타) 8타점, 7볼넷, 출루율 0.684로 찬스를 만드는데 4번 무라카미가 장타는커녕 안타 생산 등 하지 못해서다.
타순 변경은 적중했다. 무라카미는 3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 3득점을 기록했다. 안타 2개는 모두 2루타로 밀어쳐 만든 점이 고무적이다. 이번 대회 첫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때려냈다. 4-2로 쫓긴 5회 말 무사 1, 2루에서 가운데 담장을 직격하는 큼지막한 1타점 2루타를 날렸다. 찬스를 이어간 일본은 5회 3점을 보태 7-2로 달아났다. 무라카미는 7회에도 2루타를 치고 나가 득점까지 올렸다.
대회 통산 3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일본은 이번 대회 투타 조화를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일본은 오는 21일 푸에르토리코-멕시코 8강전 승자와 결승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중심타자 무라카미가 타격감을 되찾으면서 일본 타선은 한층 위력이 더해졌다. 전세기를 타고 미국 마이애미로 떠나는 발걸음도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