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감독은 2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23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 앞서 "백호에게 우익수 자리를 줘야할까 생각 중이다. 아직 나이가 어린데 지명타자 자리를 주기가 좀 그렇다. 본인도 외야 자리를 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외야는 강백호가 데뷔했을 때 뛰었던 자리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2018년 KT에서 데뷔한 그는 첫 해 주로 좌익수로 뛰었고, 이듬해에는 우익수를 주로 소화했다. 고교 시절 투수로 시속 140㎞대 후반을 던지던 강견을 살려 보살도 여럿 기록했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 부임 후 강백호의 자리는 1루로 바뀌었다. 이 감독은 안정적인 외야 수비진 구축을 원했고, 확실한 주전 1루수가 없던 만큼 강백호를 돌리겠다는 계산이었다. 결과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강백호는 1루수로 골든글러브를 2년 연속 수상하며 리그 대표 타자로 거듭났다.
강백호의 출전에 변수가 생긴 건 베테랑 1루수 박병호 영입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를 통해 KT로 이적한 박병호는 홈런 35개를 치며 리그 홈런왕을 수상했다. 강백호보다 13살이나 많지만, 1루 수비 역시 그보다 낫다. 팀 전력만 생각하면 박병호가 1루를 보고, 강백호를 지명타자로 쓰는 게 낫다. 다만 이 감독은 아직 어린 강백호의 가능성을 지명타자로 두는 게 부적절하다고 봤다.
이강철 감독 인터뷰 후 취재진과 만난 강백호는 "외야 수비 준비야 데뷔 때부터 됐다. 1루도 보고 외야도 보면서 멀티 포지션으로 열심히 해보겠다. 외야로 나가봐야 될 것 같아서 감독님께 요청드렸다"고 설명했다.
강백호는 "특별히 포지션 변경 요청을 드린 계기가 있던 건 아니다. 팀에 워낙 좋고 경쟁력 있는 1루수들이 있다. 그래서 원래 내가 보던 포지션으로 가고 싶어 말씀드렸다"며 "정확히 요청이라기보다는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렇게 결론이 났다. 사실 캠프 때는 시즌 구상을 할 여유가 없었다. 모든 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맞춰서 했다. 지금부터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외야로 나가면서 강백호의 강견도 다시 살릴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향후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할 기회가 온다면 1루수만 보는 것보다 기회도 많이 찾아올 수 있다. 강백호는 "1루수로 옮겼다고 아쉬움은 없었다. 좋은 선택이었고, 1루수를 본 후 팀이 우승했고 나도 골든글러브를 받았다"며 "외야 출장은 지금 해도 늦 지 않다. 멀티 포지션을 볼 수 있다는 게 나만의 장점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해외 진출은 아직 이른 이야기다. 그걸 고려해서 한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수비에 대해 신경도 많이 쓰고 있고, 지금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 나온 결론"이라고 했다.
한편 시즌 준비에 들어갔지만 강백호의 WBC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강백호는 "개인 성적은 괜찮았지만, 대회 성적도 아쉽고 내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려 아쉬움이 크다. 반성하고 있다.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더 좋은 경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렇게 좋은 선수들, 좋은 조건, 그리고 큰 무대에서 더 좋은 경험을 하고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아있다"고 했다. 그래도 멘털은 다잡았다.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이렇게 해 아쉽고 죄송스럽다"면서도 "어떤 일이든 후회는 무조건 남는다. (국제 대회가 아닌) 2군 경기를 해도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TV에서나 보던 선수들과 같이 뛰었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다. 좋은 선수들을 많이 보고 배우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