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불가능할 줄 알았어요.” 지난해 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퇴출됐던 위메이드의 가상화폐 ‘위믹스’가 바닥을 뚫고 나락으로 떨어져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되살아나자 나온 업계의 반응이다. 더구나 가상자산 거래소의 상장폐지에 고개를 떨궜던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최근 투자자 대상으로 간담회를 여는 등 공개 행보를 재개하며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다. 이에 투자자들도 다시 위믹스를 쳐다보고 있다. 과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불씨 살아난 위믹스, 자신감 회복한 장현국
장현국 대표가 다시 ‘위믹스 전도사’로 전면에 나섰다. 지난 15일 상장폐지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열린 위믹스 투자자 대상의 온라인 간담회에 직접 나와 유통량 문제로 금이 갔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여러 행보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 특히 “위믹스 메인넷을 올해 안에 전 세계 톱5 안에 들 수 있도록 성장시키겠다”며 구체적인 목표까지 제시했다.
장 대표는 이날 간담회를 시작으로 매 분기마다 위믹스 투자자 간담회, 미디어 간담회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내외 굵직한 게임 및 블록체인 행사에도 적극 참석할 예정이다. 그 첫 행보로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DC(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2023'에 참가해 기조 연설 등으로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를 알린다.
장 대표가 완전히 자신감을 회복한 모습이다. 그는 작년 11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가 위믹스 상장폐지를 결정하자 온라인 간담회를 열어 울분을 쏟아낸 바 있다.
장 대표의 목소리에 다시 힘이 들어간 것은 지난 2월 16일 닥사 회원사 중 하나인 코인원이 위믹스 거래를 재개하면서 꺼져가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닥사 퇴출은 국내외 거래량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국내 원화마켓에서 사라지는 것이어서 사실상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코인원 재상장 직후 거래가가 퇴출 직전 3000원대로 바로 회복됐다.
코인원이 위믹스를 재상장하기로 한 이유는 “유통량 위반, 정보 제공 및 신뢰 훼손 등의 문제가 해소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메이드는 거래 정지 이후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총력전을 펼쳤다.
분기 보고서를 통해 매 분기 위믹스의 활용처를 공개하고, 한 개의 위믹스가 지갑을 이동하더라도 공지하고 있다.
특히 위믹스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투자자들은 코인마켓캡과 코인게코, 쟁글의 라이브워치에서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위믹스의 총발행량과 유통량을 확인할 수 있다. 코인마켓캡은 전 세계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가상화폐의 시세, 거래량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로, 현재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공신력이 있는 사이트로 꼽힌다.
위믹스 가치 상승을 위해 총발행량을 축소하는 토큰 수축 정책도 세웠다. 작년 12월 재단 보유 물량 7130만2181 위믹스를 소각하고, 최초 발행량인 10억 개보다 낮게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소각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위메이드 보유 위믹스는 올해 1월부터 3년간 락업으로 유통하지 않기로 했으며, 락업 종료 시점인 2016년 1월에 별도의 유통지갑으로 옮긴다.
글로벌 거래소 상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월 닥사 거래 정지 이후 처음으로 미국 거래소 ‘비트마트’에 상장한 데 이어 지난 2월 인도 거래소 ‘비트비엔에스’와 브라질 거래소 ‘메르카도 비트코인’에 각각 입성했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현재 위믹스는 국내 거래소 코인원·지닥과 쿠코인·비트렉스·게이트 아이오·바이비트·MEXC 등 20개 이상의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다양한 국가 및 지역에서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접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계 확장 열쇠는 게임…'나이트 크로우' 흥행에 총력
위메이드는 가상화폐 시장에서의 신뢰 회복 노력과 함께 게임 서비스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위믹스 생태계 확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무기가 게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위믹스 초창기에 ‘돈 버는 게임’으로 주목받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게임이 돈 버는 것에 앞서 재미있어야 사람들이 모이고, 이들이 위믹스를 활용해 게임을 더 재미있게 즐겨야 생태계가 성장해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에 MMORPG·전략 시뮬레이션·SNG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계속 온보딩하고 있다. 현재 23개의 게임이 서비스되고 있고, 계약된 게임은 총 80개 이상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위믹스 플레이는 현재 누적 가입자 약 900만명을 보유한 가장 영향력 있는 글로벌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위메이드는 대형 신작도 준비하고 있다. 오는 4월 출시 예정인 MMORPG '나이트 크로우'다. 개발사부터 예사롭지 않다. 글로벌 히트작 'V4' 개발을 총괄한 손면석 대표와 ‘히트’ ‘오버히트’를 만든 이정욱 대표가 의기투합해 설립한 RPG 전문 개발사 매드엔진이 맡았다.
모바일과 PC 간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한 나이트 크로우는 그래픽과 게임성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언리얼엔진5 기반의 극사실적인 그래픽에 1000명 단위의 대규모 PvP(이용자간 대결), 글라이더를 활용한 지상과 하늘을 넘나드는 화려한 액션, 캐릭터 간 물리적 충돌 구현 등 끝없이 펼쳐지는 오픈필드 속 전투가 특징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나이트 크로우는 대중적인 흥행을 기대하고 있는 야심작”이라며 “국내 인기를 발판삼아 글로벌 블록체인 게임으로 위믹스 플레이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이트 크로우가 인기 게임으로 위믹스 플레이에 입성하면, ‘미르4’ ‘미르M’과 함께 위믹스 생태계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2021년 8월 출시한 ‘미르4’ 글로벌은 가장 성공한 블록체인 게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지난 1월말 서비스를 시작한 ‘미르M’ 글로벌은 동시접속자 20만명을 넘어서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용자는 각 게임에서 획득한 게임 토큰을 다른 게임에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두 게임의 디지털 경제가 긴밀하게 구축돼 미르M 글로벌의 이용자 상승세가 미르4 글로벌 동시접속자 수 반등으로 이어졌다”며 “나이트 크로우가 합류하면 더욱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메이드가 작년의 악몽에서 벗어나 재도약 행보를 착착 밟아나가면서 위믹스가 3만원에 육박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장 대표의 자신감이라면 기대해 볼 만하다는 투자자가 있는 반면, 불신을 완전히 거두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투자자는 “위메이드가 신뢰 회복을 위한 과감한 조치들을 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면서도 “위믹스 미래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위메이드가 위믹스에 대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기 위해서는 확실한 흥행작이 나와야 한다”며 “더불어 위믹스로 게임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거래소 재상장을 추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갈등을 빚었던 장현국 대표가 또 다시 대외 소통에 직접 나서고 있어 우려된다”며 새로운 대외 메신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