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용은 지난 19일 KIA 타이거즈와 광주 시범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4와 3분의 1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 스피드는 시속 146㎞를 기록했다.
이닝과 실점만 보면 눈에 띄는 기록은 아니다. 20일 최승용이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하려 하자 팀 선배 곽빈이 다가와 "4와 3분의 1이닝 2실점하고 인터뷰를 하냐"고 농담하기도 했다.
다만 투구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최승용은 이날 7탈삼진을 기록했는데, 2회 두 번째 타자 변우혁부터 4회 첫 번째 타자 김도영까지 여섯 명의 타자가 최승용으로부터 단 하나의 인플레이 타구도 만들지 못하고 물러났다.
최승용은 두산의 5선발 후보다. 구위가 좋지만 단점도 있다. 투구 수 약 60개 정도가 되면 흔들렸던 지난해의 모습이 19일 경기에서도 반복됐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이튿날 인터뷰에서 “마지막이 좋아야 한다”고 웃으면서 “60구가 넘어가니 힘이 좀 떨어진 것 같다. 본인이 이겨내야 한다. 4회까지 거의 완벽했는데 역시 야구는 끝나는 순간까지 안심하면 안 된다. 그래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하루였을 것”이라고 했다.
“컨디션과 밸런스 모두 괜찮았던 것 같다”고 돌아본 최승용은 “6연속 탈삼진을 한 지는 알지도 못하고 던졌다. 그냥 자신감 있게 던지자 생각만 했다. 스프링캠프 동안 커브, 슬라이더 훈련에 중점을 뒀다. 두 구종이 마음대로 제구가 된 게 삼진을 잡은 이유 같다”고 말했다.
흔들렸던 건 투구 폼 문제였다. 최승용은 “주자를 내보내기 전까지는 와인드업으로 투구했는데, 이후 세트 포지션으로 던지니 밸런스가 조금 깨졌다”고 했다. 주위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최승용 자신도 투구 수 문제는 고민 중이다. 그는 “비시즌 동안 선배님들이나 다른 분들께 많이 여쭤봤다. 공통으로 하시는 말씀이 많이 던져봐야 한다고 하셔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산 베어스 최승용.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19일 기록한 최고 시속 146㎞는 최승용이 지난 2년 동안 시즌 중 기록한 최고 구속과 비슷하다. 아직 시범경기인 걸 고려하면 올해는 더 빨리 구속이 올라오고 있다. 최승용은 “작년 이맘때보다 괜찮은 것 같다. 최고 구속도 중요하지만, 매년 평균 구속을 조금씩이라도 높이는 게 목표"라며 "지난해 평균 시속 141.3㎞(스포츠투아이 기준)였는데, 올해는 시속 143㎞까지 늘면 성공일 것 같다. 지금처럼 좋은 밸런스를 유지한다면 날씨가 따뜻해질 때 (구속이) 더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참고하는 해외 스타가 있냐고 묻자 최승용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 선발로 나섰던 이마나가 쇼타(30·요코하마 베이스타스)의 이름을 꺼냈다. 그는 “기사를 통해 이마나가가 신인 때는 구속이 느리다가 6년 차 때부터 깨달아 시속 150㎞를 넘게 던지게 됐다는 걸 알게 됐다. 이마나가는 '공의 무게를 느끼면서 던진다'고 했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던지니까 (비슷한) 느낌이 왔다. 그래서 그 후 이마나가의 영상을 많이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규시즌 개막(4월 1일)을 앞둔 상황에서 두산의 선발 두 자리가 비어있다. 5선발은 물론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이 머리에 타구를 맞고 장기간 결장하게 돼 4선발까지 채워야 한다. 이승엽 감독은 최승용과 박신지, 김동주를 후보로 둔 상황이다. 최승용은 "우리 세 명이 다 잘해야 팀도 더 발전할 수 있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며 "딜런이 돌아온 후에도 선발을 꿰차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