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정을 마치고 복귀한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 원태인(23)이 시범경기에 첫 등판에서 완벽한 투구를 보여줬다.
원태인은 2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23 KBO리그 시범경기에 구원 등판, 4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무실점을 기록하며 삼성의 6-5 승리를 이끌었다. 원태인은 WBC에서 혹사당했다는 말이 나올 만큼 많은 공을 던졌다. 개막 준비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가 있었지만,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다.
원태인은 삼성이 6-5로 앞선 4회 말 선발 투수 장필준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임지열을 상대로 초구부터 146㎞/h 호쾌한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뿌린 원태인은 유리한 볼카운트(1볼-2스트라이크)를 만든 뒤 슬라이더로 유격수 앞 땅볼을 유도하며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후속 타자는 WBC 대표팀에서 함께 뛴 김혜성. 원태인은 주 무기 체인지업을 점검했다.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몸쪽(좌타자 기준)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공으로 헛스윙을 유도했고, 4구에 이어 5구도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원태인은 후속 타자 임병욱에겐 5구 연속 직구를 구사해 삼진 1개를 더 솎아냈다.
5회 말 첫 상대는 대표팀 간판타자 이정후였다. 승부는 싱겁게 끝났다. 원태인은 바깥쪽(좌타자 기준) 높은 코스로 체인지업을 던져 파울을 유도한 뒤 바로 몸쪽에 같은 구종을 구사해 내야(1루) 땅볼을 유도했다. 원태인은 이정후와 통산 29차례 맞대결에서 10피안타·6볼넷을 기록하며 약했다. 이 승부에선 깔끔하게 막았다.
후속 타자 에디슨 러셀과 김태진을 각각 뜬공과 삼진 처리한 원태인은 6·7회도 삼자범퇴로 막았다. 8회 마운드를 넘긴 그는 삼성이 6-5로 승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원태인은 WBC에 출전한 다른 투수들보다 시범경기 첫 등판이 늦었다.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며 너무 많은 공을 던졌기 때문이다. 개막 이틀 전 치른 한신 타이거즈와의 평가전에서 27구, 9일 호주와의 1라운드(B조) 첫 경기에선 1과 3분의 1이닝을 막으며 26구를 기록했다. 10일 한일전도 2이닝(29구)을 막았다. 이틀 휴식 뒤 중국전에서는 선발 투수로 나서 다시 26구를 던졌다.
대회 일정을 마친 뒤 컨디션 회복에 매진한 원태인은 이날(2일) 비로소 시범경기에 출격했다. 오는 28일 홈(대구)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경기 최종전에서는 선발 투수로 등판할 예정이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일단 28일 투구를 지켜볼 생각이다. 만약 원태인이 투구 수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면 개막 첫 선발 로테이션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원태인은 한국이 1라운드에서 탈락한 WBC를 돌아보며 "배우려고 간 무대는 아니었지만, 실패 속에서도 얻은 게 있었다"고 했다. 일본 선수들의 실력을 실감했고, 더 많은 국가대항전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날 키움전에서도 밸런스와 제구력을 더 신경 썼다. 원태인은 "정확하게 던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 WBC 경험을 바탕으로 배운 점이다. 포수 강민호 선배도 키움전 투구를 보며 '많이 컸다'고 칭찬해주더라. 볼넷 없이 공 44개로 4이닝을 막은 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체인지업 제구는 더 좋아져야 할 것 같다"라고 총평했다.
최근 두 시즌(2021~2022)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원태인은 "올해는 '원태인이 등판하는 경기는 삼성이 이긴다'는 확신을 팬들에게 주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