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플랫폼 네이버의 정체성이나 마찬가지인 검색 서비스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단순히 키워드에 맞는 결과를 보여주던 과거에서 벗어나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해법까지 제공하는 인공지능(AI) 비서로 진화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 상반기에 '서치GPT'를 선보일 계획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많은 주목을 받는 생성 AI와 같은 새로운 검색 트렌드에 대응하겠다"며 이처럼 밝혔다.
서치GPT는 네이버가 지난해 착수한 '오로라 프로젝트'를 서비스로 만든 형태다. 뉴럴 매칭·지식스니펫·동일 출처 검색 결과 묶음 등의 기술을 녹여 복잡하고 긴 문장도 이해해 검색 절차를 확 줄였다.
최근 몇 년간 검색 이용자들이 점점 다양하고 해결 난이도가 높은 문장을 자유롭게 입력하고 있지만, 제대로 결과를 살펴보지 않고 곧바로 웹페이지에 방문하는 사례가 대다수라는 게 네이버의 분석이다.
이에 네이버는 '노트북을 싸게 구매하는 방법'이나 '신경안정제 때문에 팔이 떨릴 수도 있나' 등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요구하는 질문에도 적합한 답변을 내놓는 수준으로 검색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다.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으며 경쟁 불씨를 당긴 생성 AI 시장에서 한국어에 특화한 고품질 검색 서비스로 이용자 이탈을 막는 것이 네이버의 전략이다.
네이버의 서치GPT는 영어 기반이라 한국어 번역 과정에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기존 생성 AI의 단점을 해소했다. 국내 1위 포털 경쟁력으로 축적한 검색 데이터는 더 똑똑한 AI 모델을 만드는 무기다.
최수연 대표는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검토할 과제가 많다"며 "(네이버의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라는 모델이 계속 발전하고 있고, B2B(기업 간 거래) 유료 서비스 시장이 열려 있다"고 했다.
서비스를 시작한 1999년 이후 대대적인 개편 소식에 AI 검색 솔루션이 네이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상향한 이유로 일본 쇼핑 검색 서비스와 서치GPT를 꼽았다.
이미 네이버는 쇼핑 카테고리부터 조금씩 검색 서비스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달 중순 텍스트에 사진을 더해 상황에 맞는 아이템을 골라주는 '쇼핑 옴니서치'로 검색 경험을 고도화했다.
쇼핑 옴니서치에는 멀티모달 AI 기술이 적용됐다.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와 사진 등 서로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가상의 공간에서 분석해 브랜드·모양·색상·질감 등 속성을 추출, 검색 결과에 반영한다.
예를 들어 원피스가 필요한데 세세한 디자인까지 고민하지는 않았다면 마음에 드는 상품 이미지를 계속 추가해 점점 원하는 스타일에 가까운 옷을 추천받을 수 있다. 여기에 색상을 입력하면 비슷한 계열의 원피스 중 해당 색상만 모아서 볼 수 있다.
휴양지 원피스도 '꽃 패턴 민소매 노란 휴양지 원피스'라는 긴 검색어 대신 옴니서치를 활용해 원하는 휴양지 원피스 이미지를 먼저 본 뒤 옵션을 하나씩 추가하면 더 쉽게 상황에 맞는 옷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네이버가 핵심 기능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는 것은 챗GPT의 등장으로 검색 서비스 점유율에 변화가 감지된 탓도 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서 챗GPT 기술을 탑재한 마이크로소프트 검색 엔진 '빙'의 구글 앱마켓 기준 일간 활성 이용자 수는 지난 4일 749명에서 22일 5274명으로 7배 넘게 뛰었다.
빙은 NHN데이터 집계에서 지난해 4분기에만 해도 야후·바이두 등과 합한 '기타'(0.23%)로 분류되며 존재감이 미미했다. 네이버는 62.81%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지만 챗GPT가 업계 판도에 영향을 주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