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만 가득했던 삼성 라이온즈 야수진이 확 달라졌다. 자유계약선수(FA) 선수들의 이탈과 부상 선수들의 발생으로 걱정이 앞서야 할 시기지만, 삼성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얼굴들이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우려를 지워가고 있다.
삼성은 현재 시범경기 1위를 달리고 있다. 12경기에서 10승 2패 승률 0.833, 8연승의 고공행진으로 시범경기를 지배 중이다. 시범경기에선 보기 드문 투·타 조화가 삼성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완전체는 아니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객관적인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핵심 내야수였던 김상수(33)와 오선진(34)이 FA로 팀을 떠난 가운데, 영입은 김상수의 보상선수로 김태훈(27)을 받았다. 또 캠프와 시범경기에선 주전 내야수 김지찬(22)이 부상으로 낙마했고, 핵심 리드오프이자 중견수인 김현준(21)도 손목 골절로 3개월 이탈이 확정됐다. 최근 수년간 얇은 선수층이 화두에 올랐던 삼성으로선 또 한 번 그늘이 드리워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새로운 얼굴들로 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다. 그 중심엔 이성규(30) 김동엽(33) 김태훈, 김재상(19)이 있다. 이적생 외야수 김태훈과 신인 내야수 김재상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삼성의 걱정을 덜어내고 있는 가운데, 잦은 부상으로 삼성의 ‘아픈 손가락’이 된 이성규, 김동엽 등 베테랑 외야수들이 부활의 날갯짓을 한 것이 고무적이다.
지난 19일 대구 KT전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 올린 이성규. 삼성 제공
이성규는 5번의 아치로 시범경기 홈런 1위를 달리며 고공행진 중이다. 시범경기 초반엔 대타로 나서 장타를 펑펑 때려내다 김현준의 부상으로 주전 중견수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타율도 0.345에 OPS(출루율+장타율)도 1.284에 달할 만큼 성적이 뛰어나다. 김동엽 역시 지난 20일과 21일 경기에서 멀티안타와 홈런, 3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무엇이 이들을 바꿔놓았을까. 바로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이들 뒤엔 박진만(47) 삼성 감독의 믿음이 있었다. 지난해 2군 감독 시절부터 이들을 꾸준히 지켜보고 지도한 박진만 감독은 “죽어도(삼진당해도) 좋으니 네 스윙을 해라”고 끊임없이 주문했다. 1군에 와서도 박 감독의 믿음은 계속됐고, 박한이(44) 타격코치의 기술적 조언이 더해졌다. 사령탑의 믿음 속에 이성규는 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을, 김동엽은 자신의 타격폼을 정립하며 쾌조의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새 얼굴’을 향한 믿음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KT전에서 나온 김재상의 주루사 반응이 그랬다. 당시 희생번트와 함께 2루로 달리던 1루주자 김재상은 3루에 야수가 없는 것을 보고 추가 진루를 노리다 비명횡사했다. 다소 무리가 있었던 주루였지만, 돌아온 더그아웃에선 환호와 격려가 가득했다. 오히려 박진만 감독은 “죽어도 된다. 젊은 선수인 만큼 적극적이고 과감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며 신인 선수를 격려했다.
내야 수비 중인 삼성 김재상. 삼성 제공 사령탑의 응원을 받은 김재상은 이후에도 주루와 수비에서 과감한 모습으로 삼성 내야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어색하고 주눅이 들 법한 1군 무대에서 김재상이 자신의 플레이를 과감하게 보여줄 수 있었던 데엔 사령탑의 믿음과 응원이 있었다. 이적생 김태훈도 감독의 믿음 속에 꾸준히 출전 기회를 받으며 만개했다.
사령탑의 믿음은 선수들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삼성이 그토록 원하던 선수층 강화로 연결됐다. 시범경기의 고공행진이 단순히 성적만이 아닌 내실 다지기의 결과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넉넉해진 삼성의 곳간이 새 시즌 삼성의 고공행진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