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2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시범경기에 앞서 취재진에 이같이 말했다. 전날(25일) SSG전 선발 등판에서 3이닝 동안 4피안타 1실점한 사이드암 스로 고영표(32)에 대해서다.
고영표가 오프시즌 투구폼에 미세한 변화를 주는 '도전'을 선택했다. 새 폼에 대해 그는 "와인드업 상태에선 만족스럽지만 (주자가 나간) 세트 포지션에선 보완점이 보였다"고 말했다.
고영표는 지난해 출생 100일도 안 된 아들과 생이별하면서까지 미국으로 출국해 개인 훈련을 실시했다. KT 출신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로부터 추천 받아 미국 메이저리그(MLB) 선수들도 찾는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쏟았다. 이곳에서 눈으로 보고 배우며 변화를 결정했다. 그는 "와인드업이 제대로 이뤄졌을 때는 구위와 제구가 지난해보다 낫다고 느꼈다. 남은 기간 중심 이동이 잘 이뤄지도록 집중하고 있다"라고 했다.
고영표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다녀온 뒤 25일 시범경기에서 새 투구 폼을 본격 테스트했다. 그는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기 전 왼발을 키킹할 때 몸이 조금 뒤쪽으로 쏠렸다. 여기에 신경 쓰다 보니 중심 이동이 느리게 이뤄졌다. 포수 방향으로 추진력을 제대로 얻지 못해 공에 제대로 힘을 싣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13승 8패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한 지난해 후반기 성적이 6승 3패 평균자책점 3.79(전반기 7승 5패 평균자책점 2.90)로 다소 부진한 이유를 고영표는 여기에서 찾았다. 그래서 보완점을 찾고 키킹 시 중심 이동을 더 잘하도록 투구 폼을 수정했다.
실전 첫 등판이던 25일 SSG전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 그는 "와인드업 상태에선 좋았다. 포수(김준태) 역시 공의 힘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투구폼을 바꾸고 오른팔이 조금 높아져 직구가 다소 밋밋하게 들어갈까 우려했는데 그 부분이 경기에서 드러났다. 세트 포지션에서는 연습이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고영표는 "사이드암 투수는 공을 편하게 던지려고 허리를 덜 숙이려고 한다. (투구폼 변화 속에) 그러다 보면 팔이 높아진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고영표는 허리를 더 숙여서 팔 높이를 낮출 계획이다. 그는 "내 장점인 무브먼트를 더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고영표는 전역 후 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로 성장했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지난 8일 호주와의 WBC B조 1라운드 첫 경기 선발 투수로 낙점되기도 했다. 특히 정확한 제구가 강점이다. 지난해 9이닝당 볼넷이 1.14개로 KBO리그 리그 최소 1위였다.
다만 투구 분포가 성에 차진 않았다. 그는 변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더 좋은 투구를 하고 싶고, 팀 승리에 기여를 하고 싶어서다"라고 말했다. 고영표는 언더핸드 투수로 152승을 거둔 이강철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고 싶다. 그는 "(비슷한 유형의) 감독님도 투구 시 내 팔이 올라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사이드암 스로 투수의 팔이 높아지면 타자에게 (구종을) 읽히기 쉽다고 강조하신다. 내가 택한 변화와 도전을 지지해 주시면서 (릴리스 포인트가 높아진 걸)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고영표는 "감독님께서 저에 대해 또 물어보면 잘 얘기해 주세요"라며 라커룸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