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박정아(30·한국도로공사)가 포스트시즌(PS) 무대에서 특유의 해결사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박정아는 지난 25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 2차전에 출전, 팀 내 최다인 21점(공격 성공률 44.19%)을 기록하며 소속팀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의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이끌었다. 박정아는 1세트만 9점을 몰아치며 기선 제압을 이끌었다. 상대가 20점을 넘기며 박빙 양상이 펼쳐졌던 상황에서만 5점을 지원했다.
지난 23일 PO 1차전에서도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던 도로공사는 2차전까지 승리하며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에 진출했다. 오는 29일부터 정규리그 1위 흥국생명과 격돌한다. 2017~18시즌 이후 5년 만에 우승을 노린다.
박정아는 그동안 현대건설전에서 고전했다. 올 시즌은 상대 6팀 중 2번째로 낮은 공격 성공률(34.87%)과 가장 많은 범실(21개)을 기록했다. 양효진·이다현이 지키는 리그 최고의 미들 블로커(센터)진을 좀처럼 뚫지 못했다. 박정아는 지난 시즌(2021~22) 이다현을 상대로 블로킹을 10개나 당하기도 했다.
박정아의 별명은 '클러치 박'이다. 승부처나 중요한 경기에서 유독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이 대표적이다. 박정아는 일본전에서 맹활약했다. 3세트 24-25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듀스, 27-26으로 앞선 상황에서는 세트를 잡는 득점을 해냈다. 5세트 12-14로 몰린 상황에서도 연속 득점으로 듀스 승부를 이끌었다. 한국은 5세트를 16-14로 잡고 승리하며 대회 8강에 진출했다.
2018~19시즌 챔프전 이후 4년 만에 다시 밟은 PS 무대. 박정아는 그동안 약했던 현대건설전에서 펄펄 날며 다시 한번 승부사 기질을 드러냈다.
23일 나선 PO 1차전에선 오른쪽과 왼쪽을 오가며 상대 코트를 폭격했다. 블로킹도 적극적으로 가담해 현대건설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황연주와 정지윤의 공격을 막아냈다. 경기 분수령이었던 3세트 초반, 1-1에서 몬타뇨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했고, 8-6·9-7 상황에서 연속으로 오픈 공격을 득점으로 연결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PO 1차전 17득점·공격 성공률 41.18%를 기록했다.
박정아는 2차전도 중요한 순간 강했다. 1세트 23-23 동점에서 정지윤을 뚫고 득점하며 도로공사가 유리한 고지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2세트도 22-20에서 3점 차로 달아나는 득점, 24-22에서 세트를 끝내는 공격에 성공했다.
정규리그 통산 공격 성공률 36.76%를 기록한 박정아는 PS에서는 39.23%를 남겼다. 중요한 경기에서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PS에서도 박정아 특유의 클러치 능력이 빛나고 있다.
도로공사는 이제 '배구 여제' 김연경이 있는 흥국생명과 격돌한다. 4년 전 챔프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내준 상대다. 박정아는 "그때 기억을 잘 떠올려서 이번 시리즈(챔프전)를 준비하겠다. 꼭 이길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