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수비수’ 김민재(27·나폴리)가 이를 악물었다. 콜롬비아전에서 구긴 자존심을 우루과이전 무실점 승리로 회복하겠다는 의지다.
김민재는 27일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 대강당에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콜롬비아전에선 후반 집중력을 잃어서 빠르게 실점한 뒤 주도권을 내줬다”며 “우루과이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점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민재는 24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평가전에 선발 풀타임 출전했지만 팀의 2실점을 막지 못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공격 축구’를 선언한 가운데에서도 김민재가 중심이 된 수비진이 든든하게 버텨줄 것으로 기대됐으나, 후반 초반 2분 새 2골을 잇따라 실점하며 고개를 숙였다.
김민재의 뼈아픈 실수도 컸다. 후반 2분 첫 실점 장면에서 페널티 박스 측면 볼 경합 상황에서 밀렸다. 김민재가 막아내지 못한 공은 결국 문전으로 향했고, 하메스 로드리게스(올림피아코스)의 추격골로 이어졌다.
2분 뒤 동점골 실점 장면에서도 다소 아쉬운 위치 선정으로 호르헤 카라스칼(CSKA 모스크바)의 슈팅을 막아내지 못했다. 김민재는 상대 슈팅 순간 몸을 틀어 막아보려 했지만, 슈팅은 그의 발 옆을 지나 실점으로 연결됐다.
두 차례 실점 장면 모두 문전으로 쇄도하는 선수가 측면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하는 비슷한 패턴으로 이어졌다. 수비 조직력과 커뮤니케이션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았는데, 수비진을 이끌어야 했던 김민재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축구 통계 사이트 소파스코어는 김민재의 콜롬비아전 평점으로 6.4를 매겼다. 이는 이날 선발로 출전한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 가장 낮은 평점이었다. 두 차례 실점 장면에서도 모두 아쉬움을 삼켜야 했던 김민재로선 그야말로 자존심이 구겨질 경기였다.
2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우루과이와 두 번째 평가전을 앞두고 김민재가 의지를 불태우는 이유다. 지난 콜롬비아전 아쉬움은 잊고 수비의 핵심으로서 ‘괴물 수비수’ 다운 존재감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핵심은 ‘무실점’ 수비다. 수비진이 잘 버텨주면, 전방에서 누구든 골을 넣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물론 우루과이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6위로 한국(25위)보다 9계단 더 높다. 역대 9차례 맞대결에서 1승 2무 6패로 절대 열세였다. 그런데 김민재만큼은 자신감을 품을 만한 상대다. 1승 1무로 무패를 기록 중인 최근 우루과이전 2경기 모두 출전해 공격진을 잘 막아냈기 때문이다.
유일한 승리 경기였던 지난 2018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맞대결 당시엔 1-1로 맞서던 후반 32분 김영권(울산 현대) 대신 교체로 투입돼 수비진을 지켰다. 또 지난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선발 풀타임 출전해 무실점 경기를 이끌었다. 당시 상대 선수를 뒤쫓다 미끄러져 오른쪽 종아리 근육 부상을 당했지만, 통증을 참고 마지막까지 경기를 치르는 투혼도 보여줬다.
더구나 이번 우루과이 공격진은 핵심 공격수들이 대거 빠졌다. A매치 4골을 기록 중인 막시 고메스(트라브존스포르)가 공격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득점을 넣은 선수일 정도다. 콜롬비아전은 다소 아쉬웠지만, 이번 시즌 전반에 걸친 김민재의 활약상을 돌아보면 충분히 무실점 수비를 기대해 볼 만하다.
김민재도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는 우루과이전을 하루 앞두고 “주축 선수들이 빠졌다고는 해도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남미팀 자체가 거칠고 항상 부딪치는 축구를 한다. 우리도 같이 맞받아칠 수 있는 각오를 해야 한다”며 “(한국과 악연이 있는) 페데리코 발베르데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는 우리가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