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를 강타한 나이키의 신발 조던. 업계 꼴찌에서 1등으로 부상한 언더독의 스토리이자 전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에어’가 다음 달 국내 관객들을 찾는다.
28일(한국 시간) 오전 영화 ‘에어’의 글로벌 컨퍼런스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날 컨퍼런스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1부에서는 영화의 감독이자 배우로도 출연한 밴 애플렉을 비롯해 배우 제이슨 베이트먼, 크리스 터커, 매튜 마허, 크리스 메시나가 대화를 나눴다. 2부에는 맷 데이먼, 비올라 데이비스, 말론 웨이언스, 줄리어스 테넌, 각본을 맡은 알렉스 콘베리가 참석했다.
‘에어’는 존폐 위기에 있었던 나이키에서 독점 슈즈 라인인 에어 조던을 탄생시킨 드림팀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신발에 모든 것을 건 이들과 최고의 농구선수였던 마이클 조던, 그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에 촘촘하게 담겨 있다. ‘리브 바이 나이트’(2016), ‘아르고’(2012), ‘타운’(2011) 등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밴 애플렉이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특히 이 작품은 1998년 영화 ‘굿 윌 헌팅’으로 ‘제7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함께 수상한 배우 밴 애플렉과 맷 데이먼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공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밴 애플렉은 브랜드의 혁신을 꿈꾸는 나이키의 수장 나이트를, 맷 데이먼은 나이키를 업계 최고의 기업을 만들기 위해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소니 바카로를 각각 연기했다.
맷 데이먼은 “모든 것은 시나리오에서 시작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쓴 알렉스 콘베리를 “대단하다”고 추켜세우며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당시 나이키는 업계 최하위였다. 그런 언더독의 정서가 우리 영화에 담겨 있다. 우리는 언더독의 정서를 ‘에어’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귀띔했다. 이런 정서는 마이클 조던 같이 위대하다고 평가되는 업적을 손에 넣지 않은 많은 관객들이 영화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하는 포인트가 된다.
‘에어’에서 감독과 배우로 멀티 활약을 한 밴 애플렉은 “두 가지 역할을 다 수행하는 게 힘들지 않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지금까지 업계에서 오래 호흡을 맞춰온 사람들과 이번 작품에서도 함께했다. 이 자리에 있는 매튜 마허, 크리스 메시나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들과 함께하는 일이 즐거웠다”고 답했다. 또 마이클 조던 본인이 ‘에어’에서 꼭 그렸으면 하는 인물로 언급한 하워드 화이트 역을 맡은 크리스 터커에 대해서는 “꼭 영화에 캐스팅하고 싶었다. 호텔 로비에서 ‘나 당신이랑 영화를 같이 하고 싶어’라고 소리를 쳤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의 큰 줄기는 조던을 탄생시킨 나이키의 드림팀이지만 밴 애플렉와 맷 데이먼은 ‘에어’의 시작을 마이클 조던으로 꼽았다. 맷 데이먼은 “마이클 조던으로부터 허락(블레싱, 축복)을 받는 게 먼저였다. 나는 당시에 뉴욕에 있었기 때문에 직접 만나지 못 했고, 밴 애플렉이 조던을 찾았다. 밴은 조던에게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고 물었고 조던은 ‘하워드 화이트, 조지 라벨리, 그리고 엄마’라고 답했다. 그렇게 우리는 영화 제작에 착수했다”고 떠올렸다.
밴 애플렉은 “조던은 이미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몇 차례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쌓았다”면서 “그는 아주 겸손한 사람이다. 그의 이야기, 인성이 아니었다면 우리 영화를 이렇게 완성하는 데 실패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가치 있는 일이었다. 마치 조던 신발을 신고 걷는 기분”이라고 유쾌하게 이야기했다.
마이클 조던이 영화에 꼭 담았으면 했던 인물로 언급됐던 모친 델로리스 조던은 ‘수어사이드 스쿼드’ 시리즈의 아만다 월러 역으로 유명한 비올라 데이비스가 연기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농구선수의 엄마를 연기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어땠느냐”는 사회자에게 “전화를 받지는 않았다”고 너스레를 떤 뒤 “당연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바로 들었다. 그리고 나선 ‘어떻게 하지’ 싶었다”고 고백했다.
실제 델로리스 조던의 영상을 여러 편 보면서 비올라 데이비스는 그가 무척 조용하고 흔들림 없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 데이비스는 “델로리스 조던은 ‘포커 선수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인물을 표현하는 것은 내게 굉장히 도전적인 일이었다”고 밝혔다. 또 밴 애플렉, 맷 데이먼과 함께한 작업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40여년동안 일을 했지만 여전히 카메라 앞에서 내가 표현하는 것들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까를 장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에어’ 팀은 깊게 신뢰할 수 있었다. 밴 애플렉, 맷 데이먼과 일하는 건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990년대 대학 농구 붐과 ‘슬램덩크’ 등의 선풍적인 인기를 경험한 세대에게 농구, 그리고 마이클 조던이란 인물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비단 농구를 하지 않더라도 발목까지 올라오는 둥글고 두툼한 조던 운동화에 대한 동경이나 애착은 많은 청소년들이 가졌을 것이다. 에어 조던의 전신격인 에어 쉽이 처음 출시된 지 거의 40년이 지난 현재까지 조던을 수집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
맷 데이먼은 ‘에어’를 홍보하며 “비올라 데이비스나 나(맷 데이먼), 마이클 조던을 싫어한다면 극장에 오지 말라”는 농담을 했고, 제이슨 베이트먼은 “우리 모두가 마이클 조던과 운동화 조던에 대한 각자 다른 경험을 갖고 있지 않나.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는데 우리 모두의 그런 이야기들이 한 공간에서 합쳐지는 느낌이었다. 분명 좋은 관람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조지 라벨리 역의 말론 웨이언스는 “‘에어’는 본 사람은 누구라도 기분이 좋아질만한 영화다. 우리 모두는 꿈을 가지고 있지 않나. 모두가 할 수 없다고 했을 때 그것을 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아주 강력한 작품”이라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