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 RE(Re examination). 일이나 사물의 가치를 다시 들추어 살펴본다는 이 말을 스타에 대입해 보려 합니다. 아니, 스타보다는 한 인물을 재조명한다는 말이 더 적합하겠군요. TV·영화·연극·뮤지컬·OTT·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에 등장한 인물 중 왠지 모르게 자꾸 생각나고, 떠오르는 사람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소개하려 합니다. 리(re)스타? 이 스타! <편집자 주>
한동철 PD. 사진제공=펑키스튜디오 ‘오디션계의 대부’, ‘오디션계의 장인’, ‘워너원의 아버지’ 등 다수의 수식어를 보유한 한동철 PD가 MBC ‘소년판타지-방과후 설렘 시즌2’(이하 ‘소년판타지’)로 돌아온다. 한동철 PD는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프로듀스101’ 등을 통해 우리나라 오디션 프로그램의 지평을 바꿔온 인물로 꼽힌다. 지난해 ‘방과후 설렘’으로 방송 내내 비드라마 TV 화제성 부문에서 1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 기준)를 기록하고 그룹 클라씨(CLASS:y)를 배출하는 등 저력을 입증한 한동철 PD의 매직이 ‘소년판타지’에서 또 한번 통할지 주목된다.
‘소년판타지’는 한동철 PD가 ‘방과후 설렘’ 종영 후 약 1년 만에 선보이는 보이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방과후 설렘’ 제작 당시 론칭 소식이 퍼지자 하루에 5000통 이상의 지원서가 몰렸다는 후문이 있을 만큼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높은 경쟁력을 뚫고 탄생한 클라씨는 현재 4세대 대표 아이돌로 꼽힐 만큼 실력파 그룹으로 평가받고 있다. ‘방과후 설렘’의 남자편인 ‘소년판타지’에선 클라씨에 이어 어떤 보이그룹이 탄생할지 궁금증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년판타지’ 포스터. 사진제공=펑키스튜디오
한동철 PD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지만 언제나 흥행작들만 탄생시킨 것은 아니다. 1998년 엠넷에 입사한 한동철 PD는 20여 년간 걸출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선보인 뒤 2017년 YG엔터테인먼트로 거처를 옮겼다. 이후 YG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해 제작한 ‘믹스나인’(2019)은 오디션 프로그램 역사상 처음으로 발탁된 멤버를 데뷔시키지 못했고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해 고배를 마셔야 했다. 당시 ‘믹스나인’ 실패에 대해 한동철 PD는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면서 학습하고 발전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프로듀스 101’ 포스터. 사진제공=엠넷
이 같은 말처럼 한동철 PD가 성공과 실패의 평가를 떠나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며 오디션계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것은 분명하다. ‘쇼미더머니’를 통해 마이너 장르로 여겼던 힙합을 메이저로 확 끌어올렸고 ‘언프리티랩스타’를 통해 남성 래퍼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래퍼를 조명해 힙합신에서 여성의 위상을 높이고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시청자들이 직접 아이돌 그룹 탄생에 참여하는 ‘프로듀스 101’을 제작하면서 이른바 전국에 ‘픽’ 열풍을 이끌어냈다. ‘방과후 설렘’에선 오디션 프로그램 특성상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인 어린 나이의 참가자들을 위해 소아·청소년 정신의학전문의 오은영 박사를 투입해 눈길을 모았다.
K팝의 전세계적 인기와 함께, 한동철 PD는 이제 글로벌 시장에 눈길을 돌렸다. 빌보드 차트인에 도전한 ‘방과후 설렘’에 이어 일본, 중국, 태국, 미국 등에서 1000여명의 연습생이 도전한 ‘소년판타지’를 통해 해외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 특히 약 100억원을 투입해 제작한 관련 플랫폼과의 시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해당 플랫폼은 음원 및 음반 판매, 콘서트 티켓 구매, 아티스트 관련 콘텐츠, 영상 스트리밍 등을 연계해 하나의 플랫폼에서 손쉽게 구매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세스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팬을 타깃으로 삼아 제작됐다.
‘소년판타지’. 사진제공=펑키스튜디오
벌써부터 인기몰이는 시작됐다. ‘소년판타지’는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 총 12개국에서 시청할 수 있고 국내 최초로 전략적 제휴를 맺은 일본 대표 OTT 아베마(ABEMA)와 동시 중계를 진행해 해외 팬들의 폭발적 관심을 이끌어낼 준비를 마쳤다. 특히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오는 7월 일본에서 5000석 규모의 팬 콘서트까지 확정했다. 한동철 PD가 지난달 업계에선 이례적으로 오디션 합격자를 만나기 위해 직접 해외로 출국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는 만큼, ‘소년판타지’가 국내외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