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는 2023시즌 우승을 목표로 내세웠다. 돌아온 외국인 타자 에디슨 러셀(29)이 키를 쥐고 있다.
러셀은 지난 2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좋은 수비를 보여줬다. 소속팀 키움이 2-0으로 앞선 5회 초 1사 1루에서 두산 타자 김대한의 빠르고 강한 타구를 벤트 레그 슬라이딩으로 막아냈다. 잠시 공을 떨어뜨렸지만, 재빨리 다시 잡아낸 뒤 누운 자세로 송구하며 발 빠른 주자 이유찬을 2루에서 아웃시켰다. 시범경기였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미국(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직후 "러셀이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더라. 개인 목표도 분명하게 정한 것 같았다. 공·수에서 좋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셀은 지난 2020년 7월, 대체 외국인 타자로 키움에 합류한 바 있다. 2016년 시카고 컵스의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멤버 중 하나라는 경력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러셀은 출전한 65경기에서 타율 0.254·2홈런에 그쳤다. 수비도 불안했다. 키움 합류 직후에는 주 포지션인 유격수로 나섰지만, 9월부터 김하성에게 자리를 내주고 2루수를 맡았다. 재계약도 실패했다.
키움은 지난해(2022년) 12월, 그런 러셀을 재영입했다. 불법 도박 관련 조사에서 위증 혐의를 받은 2022시즌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와 결별한 뒤 그 공백을 메워야 했다. 원래 외야수 영입을 고려했지만, 퓨처스 자유계약선수(FA) 이형종과 계약하며 내야수로 눈을 돌렸다.
명백히 실패한 선수와 다시 함께한 사례는 드물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좋은 성적을 내려면 (포수에서 중견수로 연결되는 센터 라인이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러셀이 지난해 아세레로스 데 몬클로바 소속으로 뛴 멕시코 리그에서 타율 0.348·24홈런을 기록하며 재기 가능성을 보여준 점도 주목했다.
지난해 키움 유격수는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더 김휘집이 맡았다. 프로 무대 데뷔 3년 차를 맞이하는 만큼 한층 성장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키움은 유격수를 외국인 선수로 채웠다. 유망주의 성장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이 포지션을 강화해 윈-나우(Win-now)를 노리겠다는 의지였다. 지난해 준우승팀 키움의 올해 목표는 우승이다.
키움은 상위 타순이 화려하다. 간판타자이자 지난해 KBO리그 최우수선수(MVP) 이정후가 3번, 국가대표 내야수 김혜성이 1번 타자로 나설 전망이다. 두 타자가 만든 득점 기회를 4번 타자가 해결해야 한다.
러셀은 시범경기 내내 4번 타순에 포진됐다. 5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치며 부진했지만, 19일 한화 이글스전을 기점으로 타격감을 회복했다. 2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홈런 1개 포함 3타점을 올렸다.
2020년 당시 수석코치 자리에서 러셀을 지켜본 홍원기 감독은 러셀이 타격 기량뿐 아니라 훈련과 경기에 임하는 자세까지 좋아졌다고 자신했다. 28일 치른 두산과의 시범경기 최종전을 앞두고 "러셀이 캠프부터 실전까지 순조롭게 잘 준비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사령탑이 기 살리기에 나서는 이유는 명확하다. 러셀이 올 시즌 키움의 키플레이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