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봄이라서가 아니다. 한화 이글스 노시환(23)이 시범경기 마지막까지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하면 2023시즌 부활 준비를 마쳤다.
노시환은 지난 27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범경기에 모두 5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 5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이날 노시환은 2회 첫 타석부터 선제 좌월 솔로포를 날렸고, 4회에는 재치 있는 주루로 결승 득점도 만들었다.
노시환은 이어 28일 두 번째 삼성전에서도 첫 타석부터 '에이스' 원태인을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 홈런을 쳤다. 말 그대로 '게임 체인저'라 불릴 만한 활약이었다. 시범경기 전체 성적도 타율 0.471 5홈런 8타점 10득점으로 화려하다.
시범경기라서 나온 반짝 활약은 아니다. 비시즌 동안 만든 변화가 노시환의 홈런포를 되돌렸다. 노시환은 지난해 6홈런 장타율 0.382로 크게 부진했다. 타점을 올릴 타자가 적은 팀 상황 때문에 삼진을 두려워했고, 심신이 위축된 탓이다. 이는 장타 감소로 이어졌다.
해결책은 타격 포인트였다. 비시즌 내내 타격 포인트를 앞에 두기 위해 노력했다. 삼진이 늘더라도 장타를 만들겠다는 게 노시환의 각오였고, 그 결과 큰 타구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5경기(490타석)에서 6홈런을 쳤던 그가 시범경기 불과 37타석 만에 5홈런을 쳐냈다.
단순히 장타만 늘어난 게 아니다. 노시환이 27일 삼성 백정현에게 친 홈런도 몸쪽 깊숙이 파고드는 직구였다. 스트라이크보다는 볼에 가까웠으나 박병호(KT 위즈)의 '티라노 스윙'을 연상하게 하는 몸쪽 공 공략으로 이를 홈런으로 연결했다. 28일 원태인에게 친 스리런 홈런 역시 몸쪽 코너로 들어온 체인지업을 받아쳐 만들었다. 우려했던 삼진 역시 34타석에서 3개에 불과하다.
27일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노시환은 "타격 포인트를 앞에 놓은 덕분에 몸쪽 깊은 공이었는데도 몸이 반응해 타이밍이 맞은 것 같다. 예전 배팅 타이밍이었다면 좀 더 늦어서 파울이 됐을지 모르겠다"며 "채은성 선배님이 해주시는 조언 중 타격 포인트 이야기가 많다. 선배님이 워낙 앞에 타격 포인트를 만드는 유형이다. 많이 알려주셔서 훈련 때부터 적용하니 도움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공격적으로 휘두른 것이 오히려 좋은 콘택트로 이어진 셈이다.
집중력 있는 주루도 선보였다. 27일 4회 1사 만루에서 2루 주자였던 노시환은 삼성 내야진이 병 살 처리를 못 하는 틈을 타 홈으로 쇄도해 역전 득점을 만들었다. 노시환은 "3루 코치님께서 멈추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2루에서 충돌이 일어난 것 같았고,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더라. 그래서 '홈에 들어가면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몸이 먼저 반응해 뛰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부진을 씻을 준비는 마쳤다. 남은 건 결과를 보여주는 것뿐이다. 노시환은 "비시즌 때부터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지난해 스스로 실망도 많이 했고,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올 시즌 변화를 많이 주기도 했다. 그래서 나도 정말 기대하는 시즌이다. 작년보다 정말 잘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개막전(4월 1일 서울 고척 키움전)이 다가오는데, 감이 떨어지면 안 되니 항상 하던 루틴, 타격의 방향성도 유지하겠다"고 다짐도 전했다.
노시환뿐 아니라 소한화 역시 뜨겁다. 시범경기를 1위로 마쳤다. 노시환은 "시범경기라 팀 1위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정규시즌에 들어가면 투수들의 공 배합도 달라지고, 모든 팀이 전력으로 하기에 판세도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그래도 시범경기부터 분위기를 좋게 이어간다면 한 시즌을 잘 치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 팀 성적이 만족스럽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