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처럼 날리는 벚꽃에서 저는 멍게 향을 맡습니다. 어린 황교익이 진해 벚꽃장(진해 군항제를 예전에는 이렇게 불렀습니다)에서 멍게를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은 탓입니다. 그날 이후 50여 년의 봄을 거치면서 확인한 일인데, 벚꽃이 피면 멍게가 맛있습니다.
며칠 전 바닷가에 놀러갔습니다. 현장에 일찍 도착한 가족이 어시장에서 여러 해산물을 사왔습니다. 멍게도 있었는데, 자연산이라고 했습니다. 파는 사람이 그렇게 말했으면 자연산이 맞겠지요. 다만, “자연산 멍게”라는 말 때문에 보통의 “양식 멍게”가 치이는 느낌이 들어 자연산 멍게를 먹으며 자연산 멍게와 양식 멍게의 차이를 설명해주었습니다.
“양식은 인공으로 부화를 시키고 먹이를 주어 키우는 것을 뜻해. 멍게 양식은 어떻게 하느냐 하면, 인공으로 어미 멍게의 산란을 유도하긴 해. 산란을 하면 줄을 넣어 거기다가 멍게 유생을 붙이지. 그 줄을 양식장에 가져가서 바닷물에 내려. 그런데 말야, 멍게를 키울 때에 따로 먹이를 주지는 않아. 자연산 멍게와 똑같이 바닷물 속의 플랑크톤을 흡입하면서 자라. 양식이 자연산에 비해 맛이 모자랄 것이라고 여기는 이유 중 하나가 인공 사료 때문이잖아. 멍게나 굴, 김, 홍합 등의 해산물은 자연산과 똑같은 자연의 먹이를 먹으니까 양식이라 해도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어. 물론 자연산 멍게가 귀하긴 하지. 그렇다고 양식 멍게가 거기에 비해 모자란 맛을 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합리적이지.”
자연산과 양식(혹은 재배)을 칼로 무 자르듯 나눌 수 없는 먹을거리가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그러니까, 음식의 맛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은 자연과 문명을 함께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예를 하나 더 들지요. 바다가 아니라 산의 것으로. 벚꽃이 날리면, 산에서는 표고가 제철입니다.
전남 장흥은 숲이 좋습니다. 숲에서 표고를 재배합니다. 참나무 토막에다 작은 구멍을 내고 표고 종균을 박은 다음에 균사의 증식을 위해 나무에 물을 주고 뒤집는 작업을 합니다. 균사가 다 번졌다 싶으면 나무를 그늘진 숲속에 옮겨서 쌓습니다. 사람의 손이 가는 것은 맞지만 표고가 자라는 환경은 자연입니다.
숲속 노지 원목 재배 표고는 자연의 변화에 따라 표고의 모양과 맛, 향이 달라집니다. 춥고 건조하면 더디 자라고 따뜻하고 습하면 빨리 자라는 버섯의 특성 때문입니다. 장흥 숲속 표고의 경우는 봄에 향이 가장 좋습니다. 이때의 것은 갓이 크게 벌어진 표고도 맛있습니다.
10여 년 전 통영 멍게 양식장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양식장 귀퉁이에 자잘한 멍게를 버려두고 있었습니다. 시장에 팔기에도, 가공을 하기에도 적절하지 않은 것들이었습니다. 주인이 그냥 가져가라고 해서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멍게가 잔뜩 주어졌으니 별나게 해먹고 싶어졌습니다. 그때에 만든 게 어리멍게젓입니다.
멍게를 따고 멍게 안의 물만으로 멍게 살을 씻습니다. 채반에 잠시 두어 물기를 줄이고 중량비 약 2.5%의 소금을 더하여 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소금 2.5%이면 젓갈에는 무척 적은 소금이고, 그래서 ‘어리’멍게젓입니다. 15일이면 숙성이 됩니다. 어리멍게젓은 멍게의 단맛과 향이 증폭되고 휘발성의 쓴맛은 사라집니다. 봄이면 어리멍게젓을 담그며 통영의 넉넉한 바다를 추억합니다.
10여 년 전 장흥 숲속 표고 밭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 저에게 농민이 표고를 한 아름 안겨주었습니다. 돈을 드리기가 애매하여 급히 마트에 달려가서 음료수를 사다가 드렸습니다. 물물교환을 한 것이지요. 그 많은 표고를 먹다가 지쳐서 베란다에 널어서 말렸습니다. 말린 표고가 향이 더 짙어진다는 것을 그때에 깨달았습니다. 말린 표고를 물에 담아서 차로 마시며 봄을 보내었습니다. 봄이면 장흥의 넉넉한 숲을 그리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