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매력은 작품 안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확장된다는 점 아닐까요. 좋은 영화 한 편이 촉발한 감상과 의미를 다른 분야의 예술과 접목해 풀어보고자 합니다. ‘환승연예’는 영화, 음악, 도서, 미술 등 대중예술의 여러 분야를 경계 없이 넘나들며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장항준 감독과 김은희 작가가 합작한 농구 영화 ‘리바운드’를 관통하는 감정은 ‘즐거움’이다. 별볼일 없던 고등학교 농구부가 내로라 하는 명문고를 하나하나 격파하고 과정을 그리지만, 즐거운 농구를 즐겁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리바운드’는 지난 2012년 최약체인 부산중앙고 농구부가 준우승을 차지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팀을 이끌어야 하는 코치는 25세의 어린 청년이다. 농구부 에이스는 키가 더 이상 크지 않아 슬럼프를 겪고 있고, 다음으로 농구를 잘하는 선수는 부상으로 프로의 꿈을 포기했다. 총 6명의 농구부 중 4명이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정식 경기를 처음 뛰어본, 최약체 팀이었다.
부산중앙고는 누구나 예상하는 ‘실패’를 마주하게 된다. 첫 경기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용산고와 맞붙게 된 것이다. 팀워크는 전혀 맞지 않고, 코치는 강하게 심판에 항의하다 퇴장 당한다. 결국 부산중앙고는 몰수패라는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다.
실패를 딛고 다시 뭉쳤다. 이유는 단순하다. 농구가 좋으니까. 3040세대의 심금을 울린 만화 ‘슬램덩크’에서 사고뭉치 정대만이 긴 방황을 끝내고 코트로 돌아온 이유도 이것이었다.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한국 엘리트 체육의 공식을 무시하고 ‘하고 싶은 농구’를 중심으로 모인 부산중앙고는 대체선수 없이 8일간 쉼 없이 달려간다. 전국 강팀을 하나씩 격파해가던 부산 중앙고가 최강팀 용산고를 만나 고전하지만 이들은 멈추지 않는다. 거친 숨과 땀방울로 가득한 라커룸에서 이들은 후회 없는 경기를 뛰자고 다짐하며 손을 모은다. 그 순간 밴드 펀(FUN.)의 명곡 ‘위 아 영(We are young)’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오늘 밤, 우리는 젊어. 그러니 세상을 불태워보자. 우리는 태양보다 더 밝게 빛날 수 있어”
가사 전체를 보면 ‘위 아 영’은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술을 퍼 마시는 한심한 젊은이들을 연상할 수 있다.
하지만 청년이 한심한 시간을 보낼 때 ‘태양보다 더 밝게’ 빛날 수 있다. 엘리트 체육의 시각으로 보면 부산중앙고의 도전기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와 어린 코치, 열악한 지원 등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다 모였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농구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뭉치자 준우승이라는 ‘세상을 불태우는’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모든 선택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청춘에서 낭비한 시간이 때로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여백’이 되기도 한다.
장항준 감독은 최근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엘리트 체육은)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듯 대학에 못 가면 끝나고, 프로에 못 가면 끝나고, 부상을 당하면 끝난다”며 안타까워 했다. 장항준 감독은 부산중앙고가 이례적인 기록을 세울 수 있던 이유로 “주변의 기대가 없었기에 즐겁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을 꼽기도 했다.
‘리바운드’는 농구가 끝나도 인생을 계속된다고 말한다. ‘위 아 영’도 청춘에게 실패해도 괜찮다, 우리는 젊고 살아갈 날이 더 많다고 외친다. ‘리바운드’는 이 노래를 틀기 위해 ‘억’소리 나는 개런티를 줬다고 한다. 그만큼 ‘리바운드’에 꼭 필요한 가치와 한국 젊은이들의 감정을 제대로 담은 노래라는 얘기다.
밴드 펀.의 멤버 네이트 루스는 지난 2013년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한국 관객들이 ‘위 아 영’을 떼창(다함께 부르는 노래)하는 것을 보고 크게 감동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밴드 펀.의 또다른 노래 ‘캐리 온(Carry On)’도 명곡이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