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에릭 페디. NC 다이노스 제공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가 KBO리그 연착륙 가능성을 높였다.
페디는 1일 열린 2023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승리를 챙겼다.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선 8명의 외국인 투수 중 승리를 따낸 건 웨스 벤자민(KT 위즈)과 페디 뿐이었다. 페디는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5이닝 4피안타 무실점하며 데이비드 뷰캐넌(5이닝 4실점)과의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강인권 NC 감독은 "페디가 1선발답게 좋은 투구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고 흡족해했다.
NC는 오프시즌 드류 루친스키(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팀을 떠났다. 루친스키는 2019년부터 4년간 활약하며 통산 53승을 기록한 에이스. 매년 183이닝 안팎을 홀로 책임지며 선발 로테이션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활약을 눈여겨본 빅리그 구단의 제안을 받은 뒤 미국 복귀를 선택했다. 루친스키의 공백을 채워야 하는 NC가 고심 끝에 선택한 대체 자원이 바로 페디다.
이름값은 KBO리그 외국인 선수 중 최고 수준이다. 현역 빅리거인 페디는 2017년 MLB에 데뷔, 통산 102경기(선발 88경기)를 뛰었다. 최근 두 시즌 연속 빅리그 100이닝을 소화했고 지난해에는 개인 한 시즌 최다 6승을 따냈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뒤 거취를 고민하던 그는 아시아리그로 눈을 돌렸다. KBO리그 복수의 구단이 관심을 보였는데 빠르게 접촉한 NC가 유니폼을 입혔다. 임선남 NC 단장은 "페디는 강력한 구위의 투심 패스트볼(투심)과 함께 컷 패스트볼(커터)과 커브, 체인지업 등을 다양하게 던진다. 땅볼 유도 능력이 우수하다"며 "MLB 풀타임 선발 투수답게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도 갖췄다. 선발진의 핵심 멤버로 활약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범경기 상승세를 정규시즌 첫 경기에서도 이어간 NC 다이노스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 NC 제공
우려의 시선이 없었던 건 아니다. 페디는 지난해 7월 어깨 염증 문제로 부상자명단(IL)에 이름을 올린 뒤 한 달가량 전열에서 이탈했다. 과거 어깨 부상 이력을 두고 "부상 때문에 (영입전에서) 발을 뺐다"고 말하는 KBO리그 스카우트도 있었다. 하지만 NC는 페디의 성공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메디컬 테스트를 꼼꼼하게 진행한 뒤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친 페디는 시범경기에서 위력을 떨쳤다. 3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0.71. 12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허용한 실점이 단 1점. 탈삼진은 이닝당 1개꼴인 12개였다.
NC는 개막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외국인 투수 테일러 와이드너가 시범경기 막판 허리 통증(디스크 신경증)을 느껴 개막전 엔트리이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페디의 어깨가 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마저 부진하면 선발진이 더 크게 흔들릴 수 있었다. 그래서 삼성전 승리가 더 중요했다. 페디는 2회 2사 1·2루, 3회 2사 1·3루 위기에서 모두 무실점했다. 4-0으로 앞선 4회 2사 만루에선 김지찬을 1루 땅볼로 잡아냈다. 3회 유격수 김주원, 4회 2루수 박민우의 실책이 나오는 등 수비 도움을 받지 못했다. 투구 수(108개)도 크게 늘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최고 구속 152㎞까지 찍힌 투심(44개)에 커터(26개) 체인지업(19개) 커브(19개)를 다양하게 던졌다. 다양한 구종 분포가 눈에 띄었다.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박세혁은 "페디가 초반에 긴장해서 흥분하는 모습이기도 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던질 수 있도록 이야기하면서 5이닝 잘 끌어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