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규(33·울산 현대) 더비’의 주인공은 주민규였다. 그는 친정 제주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팀의 두 번째 골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울산은 2일 오후 2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3-1로 완승했다. 5전 전승을 달린 울산(승점 15)은 2위 대전하나시티즌(승점 11)과 격차를 벌렸다. 또 한 번 고개를 떨군 제주(승점 2)는 5경기 무승(2무 3패)의 늪에 빠졌다.
이번 맞대결은 ‘주민규 더비’였다. 2019년 울산에 둥지를 튼 주민규는 입지를 다지지 못했고, 1년 뒤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제주에서 반등했다. 2021시즌 주민규는 K리그1 34경기에 나서 22골을 기록, 득점왕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최다 득점상을 받은 조규성(전북 현대·17골)과 동률을 이뤘고, 도움도 7개나 올리며 한층 진화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다시금 ‘친정’ 울산의 부름을 받았다. 금의환향한 주민규를 향한 세간의 기대는 컸다. 적응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23시즌 첫 두 경기에서 침묵한 주민규는 FC서울, 수원FC를 상대로 2경기 연속골을 넣었다. 헝가리 골잡이 마틴 아담(29)과 주전 경쟁에서도 한 보 앞서갔다.
제주전에서도 최전방은 주민규의 차지였다.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주민규는 바코, 엄원상과 손발을 맞췄다. 제주는 김승섭, 유리 조나탄, 김승섭을 선봉에 세워 울산 골문을 노렸다.
두 팀의 맞대결은 ‘골 잔치’였다. 전반에만 4골이 터졌다. 첫 45분은 울산이 장악했다. 점유율 65%를 가져가며 경기를 주도했다. 두 팀의 희비는 ‘결정력’에서 엇갈렸다. 울산은 6개의 슈팅 중 3개가 골망을 갈랐다. 반면 제주는 전반에만 슈팅 7개를 시도했지만, 1골에 그쳤다. 윤정환 해설위원은 “제주는 볼에 대한 압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찌감치 승부가 울산 쪽으로 기울었다. 울산은 전반 6분 코너킥 상황에서 박용우가 머리에 맞춘 공이 뒤로 흘렀고, 문전에 있던 정승현이 차 넣으며 앞서갔다. 이후 울산은 짧은 패스로 경기를 주도했다. 제주는 전방 압박이 아닌 내려서서 지역 수비를 했다. 울산은 편안히 공을 돌리며 제주를 몰아붙였다.
두 번째 득점 역시 울산의 몫이었다. 전반 17분 거센 압박으로 공을 뺏은 울산은 엄원상이 페널티 박스에서 원터치로 내준 패스를 주민규가 아크 부근에서 오른발로 감아 차 제주 골문을 열었다. 주민규의 3경기 연속 골. 그는 친정팀에 대한 예우로 세레머니를 하지 않았다.
울산은 전반 28분 강윤구의 득점으로 점수 차를 벌렸고, 제주는 전반 추가시간 유리 조나탄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후반도 치열했다. 울산은 아타루, 이청용, 루빅손 등 2선 자원을 차례로 교체 투입하며 추가 골을 노렸고, 제주도 헤이스를 넣는 등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하지만 후반 골망을 가른 팀은 없었다. 제주는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를 넘지 못했다.
5연승을 거둔 울산은 오는 8일 오후 2시 안방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수원 삼성과 격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