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는 확실히 달랐다. 철벽 수비를 자랑하던 ‘철기둥’ 김민재(27·나폴리)가 무너졌다.
김민재는 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나폴리의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에서 열린 AC밀란과 2022~23시즌 이탈리아 세리에 A 28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 팀의 0-4 대패를 막지 못했다. 나폴리(승점 71)는 완패에도 2위 라치오(승점 55)보다 16점 앞서있다.
한 치의 흔들림이 없던 김민재는 밀란전에서 실점의 빌미가 됐다. 그는 0-1로 뒤진 전반 25분, 상대 크로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결국 문전에 있던 브라임 디아스가 손쉽게 마무리했다. 패색이 짙었던 후반 22분에는 알렉시스 살레마키어스의 드리블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이는 실점으로 이어졌다. 김민재는 후반 35분 주앙 제주스와 교체돼 일찍이 경기를 마쳤다.
늘 찬사를 끌어냈던 김민재도 이날은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는 김민재에게 평점 5.62를 줬다. 경기에 출전한 양 팀 선수 32인 중 최하 점수였다. 지난해 12월 우디네세와 리그 경기(3-2 승)에서 5.52점을 받은 후 두 번째로 낮은 평점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매체 투토 나폴리는 두 번째 실점에서의 클리어링 실수를 지적하며 “이탈리아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소속팀과 나폴리에서의 헌신에 불평한 김민재는 피로해 보였다”고 비판했다.
강행군의 여파였을까. 김민재는 2021년 8월 튀르키예 진출 후부터 쉼 없이 달리고 있다. 빡빡한 리그 일정에 더해 A매치 기간 한국과 유럽에 오가는 일이 잦았다. 당연히 장거리 이동, 시차 적응 등 어려움이 따라왔다. 지난달 28일 우루과이와 친선전(1-2 패)을 마친 김민재는 “힘들다. 멘털도 많이 무너져 있는 상태”라고 털어놨다.
또한 대표팀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고, 주장 손흥민(31·토트넘)과 불화설에도 휘말렸다. 축구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은 김민재는 두 사건을 해명하면서 마음고생이 있었을 만하다. 이 여파가 나폴리 복귀 후 첫 경기에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나폴리는 오는 8일 16위 레체와 세리에 A 29라운드 원정 경기에 임한다. 13일에는 밀란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치른다. 김민재가 대패 열흘 뒤 만나는 밀란을 상대로 명예 회복에 성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