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는 독특한 영화다. 마이클 조던이라는 전설적인 스포츠 선수를 이야기를 푸는 주요한 키로 사용하면서도 정작 영화에선 마이클 조던의 뒷모습만 나온다. 조던을 연기한 배우가 누군지도 처음에는 공개하지 않았다.
‘에어’는 마이클 조던이라는 NBA의 떠오르는 루키를 잡으려고 했던 나이키의 치열한 전략과 승부를 담은 작품. 모두가 마이클 조던을 바라보는 영화에서 마이클 조던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건 일견 아이러니해 보인다. 마이클 조던은 다만 1980년대, 그 시절의 영상으로만 영화에 등장한다.
‘에어’에서 조던을 연기한 배우는 데미안 영(Damian Young). ‘에어’ 이전에 출연한 작품은 고작 두 편 뿐. 국내에서는 물론 할리우드에서도 아직 얼굴이 낯설다.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자 출연 배우이기도 한 벤 애플렉은 데미안 영의 이름을 굳이 공식석상에서 언급하지 않는다. 112분에 달하는 ‘에어’의 러닝타임 동안 데미안 영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은 없다시피 하다.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벤 애플렉은 마이클 조던을 어떤 배우가 연기하는 지 알려지는 것에 대해 굉장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NB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한 마이클 조던은 그야말로 스포츠계의 전설. 올해 60세로 여전히 건재하게 살아 있는 전설이기에 전문 배우가 이를 연기할 경우 오히려 영화에 대한 몰입감이 떨어질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조던은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다는 벤 애플렉 나름의 존경심도 있다. 벤 애플렉은 ‘에어’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마이클 조던이 이 영화를 하라고 허락하지 않았다면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는 업계 만년 꼴찌였던 나이키가 마이클 조던을 새로운 모델로 영입해 판을 뒤집는 이야기 담은 영화다. 신발 에어 조던이 마이클 조던이란 날개를 달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과정이 밀도 있게 펼쳐진다.
영화에는 마이클 조던 대신 그의 어머니 델로리스 조던(비올라 데이비스)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마이클 조던은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는 벤 애플렉의 질문에 세 명의 이름을 언급했는데, 그 가운데 델로리스 조던이 있었다.
비올라 데이비스가 “포커를 하면 어땠을까 싶었을 정도”라고 말 할 정도로 영화 속 델로리스 조던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전략을 세우는 데 탁월한 인물로 그려진다. “나이키만은 절대 싫다”던 마이클 조던이 마음을 바꿔 나이키와 미팅에 참여하는 이유, 결국 나이키의 손을 잡는 결정적인 순간엔 델로리스 조던이 있었다.
비록 ‘에어’에 마이클 조던은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에어’만큼 그의 루키 시절과 영향을 준 사람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작품도 없는 건 이 때문이다. 마이클 조던 없는 마이클 조던 영화 ‘에어’는 5일 개봉해 전국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