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노래 중에 ‘늑대’가 있다. 통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가수 아이큐의 곡인데 지금까지 938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요즘 성인가요계에서는 듣기 어려운 특이한 곡이다. 정열적인 탱고 리듬의 곡으로 사랑하는 남성을 늑대로 표현한 알 듯 모를 듯한 노랫말이 재미있다. 여성들이 경계해야 할 세상의 남자들을 상징하는 단어 ‘늑대’를 사랑의 대상으로, 자신을 ‘여린 여우’로 설정했다. “늑대, 으르렁거리지 말아요”라고 시작되는가 싶었는데 금세 “오~ 늑대 당신만 사랑했잖아”로 이어져 듣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지만 매혹적이다.
기타를 두드리면서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다가 눈을 감고 심각해지는 등 변화무쌍한 표정에 맑은 음성으로 노래하는 베이글녀 같은 모습이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데 한몫을 한다.
남다른 개성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한 아이큐는 유튜브에서 아이큐뮤직을 개설해 35만명의 구독자를 모은 실력파다. 이중 10만명 내외가 멕시코 팬들이라고 한다.
예명 아이큐(I.Q.)는 ‘똑똑한 여왕’이란 뜻의 인텔리전트 퀸(Inteligent Queen)의 약자. 소속사 TJR 엔터테인먼트는 ‘터져라’라는 우리말을 영어 이니셜로 표기한 것이라고 한다.
‘늑대’는 아이큐가 2015년 발표한 데뷔 CD ‘짱이야’에 ‘춘향뎐’과 함께 수록된 곡이다. 이 앨범에 담긴 세 곡 모두 작사 작곡가 이름으로 ‘지금노래부르고있는나’로 표기돼 있다. 본인의 이름이냐고 물으니 티지알엔터의 대표인 작곡가 류기훈의 필명이란다.
국악 포크록 트롯 재즈 라틴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구사하는 아이큐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송진우라는 본명을 갖고 있다. 어려서부터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한국음악을 하면서 국립국악고등학교와 이화여대 한국음악학과에서 정가(正歌)를 전공했다. 중학생 시절 한국의 전통 궁중음악 ‘정가’를 처음 들어보고 자신의 목소리가 판소리보다 정가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선택했다고 한다.
대학 1학년 때 본격적으로 대중음악을 하자는 생각으로 대학생 연합서클에 들어갔다. 남학생들 대부분이 헤비메탈에 빠져 각자 다른 악기를 연주하고 있을 때였다. 자신도 악기 하나는 해야겠다 싶어 음악학원에 다니면서 통기타를 배웠다.
학비와 학원비를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식당 설거지와 영화관매점 오징어 굽기를 하다가 신촌과 종로 일대의 7080 라이브클럽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대학을 마치고도 오랫동안 라이브클럽 무대에 서던 아이큐는 풀로렌이란 그룹을 조직했다가 실패하고 2008년 솔로 음반을 취입했다. 풀로렌의 이니셜 F를 사용해 F.시연이란 이름으로 포크록 스타일의 ‘첫사랑’과 ‘몽환’을 발표했다. 모두 아이큐가 작사 작곡은 물론 편곡까지 한 야심적인 곡들이었지만 관심을 끌지 못했다.
2012년에는 타악기 가야금 해금 등 5인 국악 퓨전밴드 하람 스토리를 조직해 ‘천지애’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속사의 폐업으로 그룹은 해체되고 다시 혼자가 됐다.
3년 후 작곡가 류기훈을 만나 아이큐라는 예명으로 ‘짱이야’와 ‘늑대’를 발표한 이후에도 홀로 라이브 무대에 오르며 10년간 1000회의 공연으로 2017년 대한민국 도전 페스티벌에서 ‘도전 한국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이큐는 2019년 조선시대 임금님만 듣던 정가를 현대화시킨 ‘바람에게 묻다’를 디지털 싱글로 발표했다. 듣기 편하면서 가슴 속까지 울리는 자연스런 목소리로 관심을 끌었다.
2020년 ‘선데이 레시피’, 2021년 ‘비커즈 오브 유’(Because of you), 2022년 ‘눈꽃’ 등 발라드 위주의 곡들을 발표하다가 2022년 뮤지컬 스타일의 재즈 ‘서울의 밤’과 정가 스타일의 발라드 ‘꿈길’을 내놓고 호평을 들었다.
유튜브에서 온갖 장르의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정가를 발라드로 현대화시키는 게 꿈이다. 아이큐의 음악 인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완성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