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빈(19·한화 이글스)은 지난 1일 키움 히어로즈와 개막전에서 8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프로 첫 해 개막 엔트리에 들더니 개막전에서 첫 안타까지 쳤다.
평생 기념할 경기에 상대 선발 안우진과 유쾌한 상황까지 생겼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 시상식에서 만났다. 당시 문현빈은 고교·대학 타자에게 시상하는 백인 천상을 받았다. 그는 시상식에서 같은 날 최고투수상을 받은 안우진을 상대하고 싶은 선배로 꼽았고, 안우진도 "첫 타석 초구 직구를 던져 삼진으로 잡겠다"고 응수했다.
두 선수는 개막전부터 만났으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문현빈은 2회 초 1·2루 득점 기회 때 타석에 들어섰다. 그런데 안우진이 던진 초구는 시속 143㎞ 슬라이더였다. 문현빈은 약속과 다른 초구를 걸러냈지만, 결과는 헛스윙 삼진이었다. 4회 두 번째 맞대결 때도 중견수 뜬공에 그쳤다.
2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안우진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약속은 기억하고 있었다"고 멋쩍어한 그는 "여유 있는 상황이라면 약속대로 직구를 던졌을 것 같다. 형으로서 미안하다. 다음에 주자가 없다면 약속을 지키겠다"며 웃었다.
초구 변화구는 타자 문현빈의 자질을 인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우진은 "문현빈은 공도 잘 보고 이상한 공에 스윙이 나가지 않는 타자 같았다. 선구안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첫 타석에서는 내 직구가 좋아서 헛스윙 삼진이 됐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끈질기게 가다가 처음으로 던진 체인지업에 곧바로 반응해 정타로 콘택트했다. 앞으로 잘할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문현빈에게 안우진의 반응을 전하자 '그러실 줄 알고 있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문현빈은 "나도 첫 타석 들어갔을 때 초구 직구만 생각하진 않았다. 1·2루 득점 찬스였고 중요한 승부처 상황이었기 때문”이라며 "오늘(2일)도 인사드렸는데,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고 웃었다.
문현빈의 의지와 포부가 남다르다. 그는 "선배님들께 많이 배우며 내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 묻지 않으면 내 손해"라며 "항상 그라운드에서 전력 질주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드리는 선수가 되고 싶다. 다치지 않고 꾸준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