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새 시즌 막이 오른지 한 달이 겨우 지났지만 일부 사령탑은 벌써 경질 또는 사임 이야기가 나온다. K리그를 대표하는 두 명가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 사령탑들 이야기다.
전북의 김상식(47) 감독은 개막 5경기에서 단 1승(1무3패)을 거두는데 그치고 있다. 국가대표급 전력을 갖춰 매 시즌 울산 현대와 함께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팀이라는 점에서 최악의 성적이다.
무엇보다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경기력 자체에 크게 실망하는 팬이 많다. 구단, 코치진과 ‘불통’ 논란까지 더해져 팬심이 들끓고 있다. 시선은 고스란히 김상식 감독과 허병길 대표이사를 향하고 있다.
팬들의 분노는 비단 시즌 초반의 부진 탓만은 결코 아니다. 이미 지난해 김 감독 퇴진, 프런트 개혁 등의 메시지를 담은 트럭 시위가 서울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진행됐다. 경기장에서도 김 감독이 확성기를 들고 팬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전부터 쌓여온 분노가 초반 부진과 맞물려 터져버린 셈이다.
1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경기에서 허병길 대표이사와 김 감독을 비판하는 걸개가 걸리고 팬들이 응원을 거부한 것, 1-2 역전패 직후 팬들이 구단 버스를 막아서 2시간 동안 대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표이사 명의의 이례적인 사과문까지 올라왔으나 팬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비슷한 분위기는 수원에서도 감지된다. 이병근(50) 수원 감독은 지난해 부임 첫 시즌부터 큰 위기를 맞았다. 정규리그 10위에 그쳐 승강 플레이오프(PO)로 떨어졌다. 수원 팬들의 충격은 컸다.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했지만 이번 시즌 ‘반등’을 바라던 팬들의 기대는 5경기째 무승(2무 3패) 리그 11위라는 성적 탓에 산산조각이 나고 있다. 구단 버스를 막고 이 감독에게 성토하는 팬들의 모습도 나왔다.
2일 강원FC와 홈경기에서는 수원 팬들이 응원 보이콧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프런트와 구단을 향한날 선 비판 걸개가 대신 걸렸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수원은 강원과 무승부를 거둬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
두 사령탑 모두 벼랑 끝에 몰렸다. 김 감독과 이 감독 모두 사령탑으로서 ‘책임’을 늘 강조하고 있다.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면 경질이나 사퇴를 감수하겠다는 약속이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흐름을 돌아보면 단번에 반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