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박동원(33·LG 트윈스)은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LG 투수들과 첫 호흡했다. 자유계약선수(FA)로 팀에 합류한 그는 본지와 현지 인터뷰에서 "(공을 받아보고) 많이 놀란 투수가 몇 명 있었다. 가장 기대되는 투수가 강효종"이라며 "되게 잘 던지더라"고 극찬했다.
설명은 꽤 구체적이었다. 박동원은 "공이 이렇게 살아서 들어오는 게 좀 다르다"며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게 나머지 선수들은 좀 쳐본 투수들인데 (강효종은) 신인으로 한 번(2022년 1경기)밖에 안 던졌다. 잘 나오지 않으면 공이 좋은지 생각할 수 없다. '뭐 별로 안 좋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나갔다가 많이 놀랐다. 너무 좋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맞대결이 적어 생소한데 구위가 기대 이상이었다는 의미였다. 유망주를 향한 칭찬 세례가 기를 세워주기 위한 일종의 '립서비스'일 수 있었다.
강효종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시범경기 동안 사이드암스로 박명근·오른손 임찬규 등과 경쟁한 끝에 5선발 자리를 따냈다. 강효종의 시범경기 성적은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1.29. 7이닝 5피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준수했다. 지난달 23일 수원 KT위즈 원정 경기에서 4이닝 1실점 한 뒤 선발 경쟁을 끝냈다.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후 "다양한 변화구로 타이밍을 뺏는 모습이 좋았다"며 "오늘로 강효종이 5선발로 확정이다. 올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위험 요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충암고 졸업 후 2021년 1차 지명으로 입단, 1군 등판 기록이 2022년 1경기에 불과했던 강효종의 5선발 투입은 '도박'이었다. 워낙 경험이 없는 만큼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예상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강효종은 시즌 첫 등판에서 쾌투했다.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3피안타 무실점하며 5-0 완승을 이끌었다. 5회를 제외한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모두 막아냈다. 1회 말 1사 1·2루, 2회 말 무사 1·2루를 모두 넘기더니 3회 말 1사 1·2루에서도 실점하지 않았다. 에디슨 러셀과 이형종을 연속 범타로 돌려세웠다. 두 타자 모두 결정구는 슬라이더. 4회 말 2사 2루에선 김태진을 2구째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이날 강효종의 직구 최구 구속은 152㎞/h까지 찍혔다. "공이 살아서 들어온다"는 평가대로였다. 전체 투구 수 87개 중 직구는 38개. 이밖에 커브(13개)와 슬라이더(32개) 체인지업(4개)을 섞었다. 특히 전체 슬라이더의 72%(23개)가 스트라이크일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타자와 승부를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를 5선발로 낙점한 염경엽 감독은 "자기 역할을 해줬다"고 만족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