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Z의 입에서 “도재정” “도재정”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무슨 문장의 줄임말이지? 요즘 유행하는 Z세대의 언어라면 나도 알고 싶었다. 그런데 ‘도재정’은 NCT127 멤버인 도영, 재현, 정우의 줄임말이었다. 요즘 아이돌 그룹은 멤버수가 많고 이름도 어려워서 학창시절 화학 시간에 배웠던 원소기호 외우는 심정으로 외워야 할 정도다. 2년 전 세븐틴의 월드투어 다큐멘터리 작가를 할 때 13명의 세븐틴 멤버 이름을 외우느라 고생을 했다. 그런데 NCT 전체 멤버는 22명, 정말 작정을 하고 외우지 않으면 외울 수 없다. 그렇게 아이돌 멤버 이름 외우기도 힘든데 왜 새로운 유닛을 계속 만드는 걸까. ‘도재정’ 덕분에 ‘부석순’도 알게 됐고 엑소의 유닛이었던 ‘첸백시’도 알게 됐다. 그렇다면 ‘도재정’은 어떻게 결성하게 됐고 팬들은 왜 ‘도재정’을 기다리는 걸까? 궁금해서 Z에게 물어봤다.
재국 : 도재정은 어떻게 만들어진 팀이야?
연우 : 도재정은 원래 NCT 팬들 사이에서 유명했어요. 서로 얼굴합과 목소리합이 잘 맞고 성격 케미도 다 잘 맞아서 자체 콘텐츠를 찍거나 화보를 찍을 때 도영, 재현, 정우가 모이면 팬들은 ‘아! 차라리 도재정이라는 유닛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NCT127 앙코르 콘서트에서 ‘후유증’이라는 곡으로 처음 유닛을 선보였고 지난해 MBC 가요대제전에서 도재정 무대를 하게 되면서 팬들 사이에서 “이러다 도재정 진짜 데뷔하는 거 아냐?”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NCT 팬들뿐만 아니라 다른 팬들도 도재정에 대해서 알게 됐어요.
재국 : 남자 아이돌 유닛은 어떤 팀이 있었어?
연우 : 예전에는 아이돌 그룹이 유닛을 하게 되면 팀이 깨질까봐 팬들이 걱정했는데 요즘은 유닛을 재밌어 하는 추세예요. 너무 옛날로 가면 잘 모르겠지만 슈퍼주니어의 보컬 라인이었던 규현, 려욱, 예성이 ‘K.R.Y’라는 유닛을 했고 엑소의 첸과 백현, 시우민이 ‘첸백시’라는 유닛을 했어요. 요즘 ‘파이팅 해야지’라는 곡으로 활동하는 ‘부석순’은 세븐틴 멤버인 승관(부승관)과 도겸(이석민), 호시(권순영)의 본명에서 한글자씩 따서 지은 이름이에요.
재국 : 팬들이 도재정을 기대하는 이유는 뭘까?
연우 : 일단 회사에서 무작정 기획했다기 보다는 멤버들끼리 케미가 좋고 팬들이 원하는 조합이라 더 기대하는 거 같아요. 도재정 이번 콘셉트가 향수인데요. 향수의 첫인상인 톱노트, 핵심적인 향을 가지고 있는 미들노트, 향과 체취가 섞여 코끝에서 맴돌게 하는 베이스노트로 멤버를 나눠서 톱노트가 정우, 미들노트가 도영, 베이스노트가 재현이에요. 콘셉트 포토를 공개했는데 톱노트 정우는 화이트, 베이스노트 재현은 올 데님, 미들노트 도영은 그 둘이 섞인 상의는 화이트, 하의는 데님으로 입고 찍었어요. 그리고 이번 앨범의 스토리에는 연애 심리학인 사랑의 삼각형 이론(Triangular Theory of Love)도 포함돼 있어요. 사랑은 열정, 친밀감, 헌신이라는 세가지로 구성돼 있고, 이 모든 게 합쳐졌을 때 우리가 성숙한 사랑, 사랑의 완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수록곡 리스트를 보면 사랑의 시작부터 사랑의 끝까지 이어지는 제목들이라 더 기대가 돼요. 향수를 뿌렸을 때 설렘, 향이 지속될 때의 행복 그리고 향이 점점 사라져갈 때의 그리움, 이 세가지가 모였을 때 잊지못할 사랑이 되는거니까요.
“너 논문쓰니?”라는 말이 혀끝까지 밀려왔지만 참았다. 나는 누군가를 좋아해서 이토록 치열했던 적이 있던가 되돌아봤다. 연애할 때는 누구나 시인이 되고 이별하면 누구나 가수가 되는 것처럼 누굴 좋아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리워하는 건 인생에 값진 선물이니까. K팝은 분명 성장하고 있고 고객의 입장을 반영하며 진화하고 있다. Z 덕분에 나도 도재정을 기다리고 있다. 도재정 파이팅!
필자소개=이재국 작가는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하고 ‘컬투의 베란다쇼’, ‘SNL코리아 시즌2’, 라디오 ‘김창열의 올드스쿨’ 등 다수의 프로그램과 ‘핑크퐁의 겨울나라’, ‘뽀로로 콘서트’ 등 공연에 참여했다. 2016 SBS 연예대상 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서는‘아빠왔다’, ‘못그린 그림’이 있다. 이연우 양은 이재국 작가의 딸로 다양한 재능을 가졌으며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 평범한 청소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