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전기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가 40만대에 육박했지만,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장으로 인한 불편도 여전하다. 적극적인 충전기 확충 사업을 비롯해 관련 기업들의 새로운 사업진출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작년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는 39만대로 전년 대비 68.4% 증가했다. 특히 2013년 1464대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약 260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전기차의 보급 대수에 비해 충전 인프라 보급은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전기차 충전소(급속·완속)는 20만5305개로 전기차 보급 대수의 약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그나마 2018년(2만7300개) 보다 10배가량 증가했지만 이용자들은 여전히 불편하다. 급속 충전기가 전국에 2만737대 설치됐지만 충전기 1대당 평균 18.6대가 사용해 적정 대수인 10대를 크게 초과해서다.
지역별 격차도 심각하다. 부산(34.05대)과 인천(31.02대)은 적정 대수를 3배 넘게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서울 26.02대, 대구 24.93대, 대전 24.49대, 경기 20.87대 순이다. 전국에서 전기차 비중이 가장 높은 제주도 역시 전기차 1대당 17.88대로 적정 대수를 크게 넘어섰다.
완속 충전기는 18만4468대가 전국에 설치돼 충전기 1대당 평균 2.30대가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적정 대수 2대에 근접한 수치다. 다만 제주는 완속 충전기 1대당 4.31대, 인천은 3.02대로 조사돼 상대적으로 충전 인프라 구축이 취약하다.
더욱이 전기차 이용자들은 충전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완속 충전기보다 급속 충전기를 선호한다. 완속 충전기의 경우 50㎾ 기준 80% 충전까지 4시간가량 소요되지만, 급속 충전기는 30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는 친환경 전기차와 관련해 누적 대수 현황만 집계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다"며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전제 조건인 충전 인프라 확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적은 수의 충전기를 두고 경쟁이 심화하며 전기차 소유주들 사이 갈등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신문고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소 관련 민원은 최근 5년 간 총 3만1102건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충전방해 등 충전시설 관련 내용이 91.0%(2만801건)로 가장 많았다.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에 따라 법적으로 전기차는 충전(급속 1시간, 완속 14시간)을 마친 후 충전 구역에서 차를 이동해야 한다. 또 일반 자동차는 전기차 충전시설 구역에 주차할 수 없게 되어있지만 이런 내용들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아파트에서는 주민들끼리 편을 나눠 싸우는 모습이 일상이 됐다.
경기도 하남의 한 아파트에는 최근 전기차 차주 40여 명이 모인 단체 채팅방이 생겼다. 채팅방에서는 “전기차 충전 구역 주차 시간을 초과한 차량을 사진 찍어 올리고, 집단 신고에 동참해달라”는 글들이 올라온다.
현행법에 따르면 완속 충전기에 14시간 이상 주차할 경우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충전소를 보다 빨리 많이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충전기 양적 팽창과 함께 '맞춤형 설치'도 중요하다”며 “고속도로나 관광지는 급속을, 주택가는 완속 충전기를 설치하고 보급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공 충전기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제도를 보완하는 등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민간이 충전기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충전요금도 이윤을 남길 수 있을 수준으로 올릴 필요가 있는데, 시장 저항없이 자연스럽게 인상할 수 있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