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바라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진 못했다. 그러나 김연경(35·흥국생명)은 최우수선수(MVP) 트로피에 입을 맞추며 마지막에 활짝 웃었다. 많은 관심을 모은 거취에 관해서는 선수 생활 연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는 "부상도 없고 내 퍼포먼스, 가족의 의견 등을 종합해 현역 연장을 하는 쪽으로 (결정)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10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22~23 V리그 정규시즌 시상식에서 여자부 MVP를 수상했다.
수상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오히려 만장일치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결국 김연경은 2018~19시즌 이재영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만장일치 수상했다. 김연경은 "만장일치로 MVP를 뽑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챔프전 MVP까지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올 시즌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힘든 일도 많았다"며 "동료와 스태프, 구단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김연경의 MVP 수상은 개인 통산 5번째다. 남녀부 통틀어 최다 수상(2위는 OK금융그룹 레오나르도 레이바 3회) 기록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6일 한국도로공사와의 챔피언 결정전 5차전에서 패배, 김연경의 14년 만의 우승은 또 물거품이 됐다. 김연경은 아쉬운 마음을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상식에서 MVP 수상으로 달랬다.
전성기가 지나고 어느덧 은퇴를 고민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그러나 김연경은 프로에 갓 데뷔한 열여덟 소녀 때부터 서른다섯 살 베테랑인 현재까지 V리그 최고의 실력을 자랑한다. 그는 2005~06시즌 신인상, 득점상, 공격상, 서브상에 이어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했다. 정규리그 MVP는 2007~08시즌까지 3년 연속 수상했다. 11년 만에 V리그에 돌아온 2020~21시즌에도 MVP는 김연경의 차지였다. V리그에서 활약한 6시즌 가운데, 무려 5차례나 MVP에 선정됐다.
김연경은 이번 정규시즌 공격성공률 1위(45.76%), 득점 전체 5위(669점, 국내 선수 1위)를 기록했다. 리시브(8위)와 수비(10위) 부문에서 역할도 컸다. 권순찬 전 감독 경질 여파로 팀이 휘청일 때, 정신적 지주로서 흥국생명을 이끌었다. 챔프전에서 흥국생명을 상대한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솔직히 김연경 한 명이 팀(흥국생명)을 단단하게 만들고, (상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어떤 볼이든 처리할 능력 갖췄다"고 경계했다.
상복이 터진 한해였다. 데뷔 후 처음으로 올스타전 MVP를 받았다. 기자단 투표로 선정되는 라운드 MVP는 무려 4차례나 수상했다. 여자부 역대 한 시즌 최다 수상 기록을 작성했다. 10일 시상식에선 MVP와 함께 베스트7(아웃사이드 히터)에도 선정됐다. V리그 시상식에서 베스트7이 신설된 뒤 뛴 두 시즌 모두 포지션 최고의 선수에 뽑혔다.
배구계는 앞서 김연경의 깜짝 발표에 술렁였다. 2월 중순 "은퇴 생각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다. 우리 나이로 서른여섯이다. 높은 자리(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고 싶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지난 6일 챔프전 5차전 종료 후 "오늘도 경기장에 많은 팬이 오셨다. 팬과 배구계 관계자의 생각도 고려해 많은 요소를 종합해 결정할 것"이라며 선수 생활 연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리고 이날 시상식에서 사실상 연장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김연경은 "현재 선수 생활을 지속할지 그만둘지 결정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앞으로 더 뛴다면 정상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V리그에서 개인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했다. 김연경은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다.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잘 적응하고 잘할 수 있는 (팀을 골라 FA 계약) 결정을 하겠다. 덜 힘들 수 있는 팀을 잘 선택해서 결정하겠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다음 시즌에도 뛰게 되면 내년에도 잘 부탁드린다"라고 인사했다.
김연경은 시상식 후 공식 인터뷰에서 "벌써 함께 뛰자는 선수도 있다. (계약 총액) 조건을 낮추더라도 우승 전력이 된다면 FA 계약이 가능하다"며 "몇몇 팀과 협상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