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유럽 빅리그에서 볼 수 있었던 고급 데이터를 K리그에서 만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양적 데이터를 넘어 질적 데이터를 K리그에 적용하려는 프로축구연맹 노력의 결과다. 올해도 새로운 데이터가 팬들을 찾아간다.
프로축구연맹은 11일 주간 브리핑을 열고 올해부터 패킹(패스) 지수와 활동량(피지컬)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0년 활동량, 2021년 기대득점(xG)과 아디다스 포인트, 2022년 선방지수에 이어 K리그에 새로 도입되는 데이터다.
패킹은 패스 혹은 드리블로 최대 몇 명의 상대 선수를 제쳤는지 알 수 있는 지수다. 만약 패스를 통해 상대 팀 선수 2명을 제쳐서 성공한 패스의 패킹지수는 ‘2’다. 그동안 집계됐던 패스 성공 횟수가 단순한 양적 데이터였다면, 패킹 지수는 그 패스가 얼마나 영양가 있는 패스인지 평가할 수 있는 질적 데이터다. 연맹은 공식 부가데이터 제공 업체인 비프로11과 함께 매달 패킹 지수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지수는 지난 2014년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이 브라질을 7-1로 대파했던 준결승 직후 주목을 받았다. 당시 슈팅수나 점유율, 패스 성공률은 양 팀 모두 큰 차이가 없었으나 전체 패킹이나 상대 수비수 패킹에서 독일이 크게 앞섰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6에서도 총 51경기 중 패킹 지수가 높았던 팀의 승리는 34경기, 무승부는 14경기, 패배는 3경기였다.
이날 연맹이 처음 공개한 2·3월 K리그1 패킹(패스) 지수 1, 2위는 김영권과 박용우(이상 울산 현대)였다. 김영권의 총 패킹 지수는 369, 박용우는 330이었다. 연맹은 이들이 울산 빌드업의 핵심적인 선수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 뒤를 이종성(수원 삼성·312) 안영규(광주 FC·296) 김오규(제주 유나이티드·294)가 이었다.
연맹은 또 광학 추적 시스템 기술을 활용해 K리그 선수들의 전체 뛴 거리(㎞) 최고 속도(㎞/h) 스프린트 횟수, 스프린트 거리 상위 5명도 월 단위로 공개할 예정이다. 스프린트는 최소 2초 이상 14.4㎞/h 이상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22.68㎞/h 이상의 속도에 도달하는 경우다.
이 데이터는 지난 2020년에도 공개 됐지만, 당시엔 피지컬 코치의 선호 장비 등 구단별 GPS 장비가 달라 정확한 비교·분석이 어려웠다. 그러나 올해부터 모든 구단이 동일한 측정방식을 적용해 정확한 비교가 가능해졌다. 팬들은 EPL 등 유럽 빅리그에서 볼 수 있었던 선수들의 최고속도, 전체 뛴 거리 데이터 등을 보다 정확한 자료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2·3월 기준 최고속도 톱5는 서영재(대전 하나시티즌)가 1, 2위를 독식했다. 포항 스틸러스전 그의 최고 속도는 35.67㎞/h에 달했고, 강원FC전에서도 34.91㎞/h의 최고 스피드를 기록했다. 전체 뛴거리 1위는 고승범(수원 삼성·50.53㎞)이었다. 스프린트 횟수와 거리는 모두 김도혁(인천 유나이티드)이 139회와 2745m로 각각 1위에 올랐다.
연맹 관계자는 “2015년 부가데이터 수집을 시작으로 2018년 데이터 포털을 구축, 대중이 언제라도 쉽게 열람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나아가 아디다스 포인트, 기대 득점, 선방 지수 등 부가데이터를 활용한 2차 가공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2차 가공 데이터를 소개하여 K리그 경기력 향상과 팬, 미디어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질적 데이터를 개발해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