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등 4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4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청 앞에서 지난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김포FC 유소년 선수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과 열여섯 살에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지도자, 동료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괴롭힌 이들 10명의 이름과 함께 “죽어서도 저주할 것”이라는 한 맺힌 유서까지 남겼다. 오는 27일이면 김포FC 18세 이하(U-18) 유스팀에서 프로선수의 꿈을 키워가던 A군이 세상을 떠난 지 꼭 1년이 된다.
1년이 다 돼가도록 그 누구도 A군과 유족의 한을 풀어주지는 못했다. 서영길 김포FC 대표이사가 지난 6일 “모든 비판과 책망은 저에게만 해주시기를 바란다”며 사퇴했지만, 유족들에게는 이미 1년 간 깊은 상처를 준 뒤다. "유족분들이 저희와 만날 생각이 없으신 것 같다"는 서 대표이사의 한마디에서 오히려 구단을 향한 유족의 분노를 엿볼 수 있다.
김포FC는 사건 발생 직후 가해자로 지목됐던 지도자들과 계약을 중단하긴 커녕, 오히려 4개월 만에 그들과 계약을 연장했다. 도의를 저버린 상식 밖의 행동이라는 비난이 거셌다. 당시를 설명하는 과정을 놓곤 '진실 공방'까지 벌어진 모양새다. 열여섯 살 아이가 스스로 세상을 떠난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어른들 간 촌극이다.
서영길 대표이사는 코치진과 재계약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구단 직원이 작년 8월 스포츠윤리센터에 전화를 해서 조사과 어느 상태인지, 결과가 왜 안 나오는지 질문했다"며 "센터 담당 조사관이 '김포FC엔 문제가 전혀 없고, 감독과 코치에 대해서도 어떠한 혐의를 찾은 적이 없다. 걱정하지 마라'는 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즉각 반발했다. "담당 조사관이 '문제없다, 혐의 없다'는 발언을 했다는 김포FC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긴급 입장문을 냈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그 어떤 조사관도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해 문제가 없다거나 혐의가 없다는 발언할 수는 없다.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해 직접 통보를 했다는 것도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해명, 반박했다.
스포츠윤리센터 입장문이 나오자 김포 구단은 침묵을 택했다. 공식 입장도 없다. 지난해 8월 스포츠윤리센터에 전화했다던 직원은 내부에서도 모른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진실공방 시작을 알린 뒤 사퇴 의사를 밝힌 서영길 대표이사의 사표는 이미 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책임질 사람은 다 어디 간걸까.
김포 구단은 A군이 숨진뒤 도의적인 책임보다 규정·행정을 앞세웠다. 오히려 지도자들과 동행을 택해 유족들에게 상처를 줬다.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마치 도망가듯 떠날 뿐 누구도 응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열여섯 A군의 죽음 앞에 어른들의 이기심과 무책임함이 자칫 다른 피해 선수들의 ‘절망’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당장 A군 조사 과정에서 비슷한 피해를 호소한 선수가 있었다. 다른 팀에서도 비슷한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 A군이 세상을 등진 뒤 지난 1년의 어른들 행보를 돌아보면, 이 선수들이 기댈 곳은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