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 세대라는 말은 취업, 연애, 결혼 등의 삼포를 너머 인간관계, 꿈과 희망까지 셀 수 없이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된다는 현재의 2030을 부정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이는 우리 미래사회가 희망을 포기한다는 말이 된다.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보다는 개인 중심의 사고가 팽배해졌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젊은층의 손을 붙잡고 함께 가는 앞선 세대 리더가 있다면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포츠에서도 팀워크 경기인 농구에 있어서는 공동체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코치의 리더십과 의지가 선수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요소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할리우드에서도 농구 관련 영화는 꾸준히 제작됐다. ‘코치 카터’(2005)는 1970년대에 리치몬드 고교 농구팀의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켄 카터(사무엘 잭슨)가 4년째 최하위 성적에 머물고 있는 모교팀을 맡아 목표도 없이 방황하는 농구부 아이들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감동적 과정을 그렸다.
‘리바운드’(2006)는 재능은 있지만 거만하고 난폭해 대학팀에서 쫒겨난 로이가 역시 최하위 팀 중학교 농구팀을 맡아 선수와 코치가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도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나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는 스포츠 영화의 공식처럼 열악한 지원과 환경 속에서 최하위팀이 최선을 다해 고군분투하는 경기를 그린다. 각 선수들의 어려운 사정들도 눈물샘을 자극하며 대중에게 감동을 주었다.
최근 개봉한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도 이런 실화 바탕 스포츠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따르고 있다. 2012년에 있었던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극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시나리오를 쓴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tvN ‘시그널’, SBS ‘싸인’ 등을 집필했고, 권성희 작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의 작가다. 그래서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웰메이드 드라마처럼 스토리 라인이 탄탄하다.
농구선수 출신 양현(안재홍)은 공익요원 근무 중 얼떨결에 모교인 부산중앙고 코치로 발탁된다. 하지만 기본적인 선수 인원도 채우지 못해 양현이 직접 길거리 농구를 하는 사람들을 영입, 겨우 인원을 충족해 연습을 시작한다. 센터를 맡았던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서울의 농구 명문고로 가버리고, 후보 선수도 없이 경기를 뛰는 터라 문제가 많아 몰수패라는 치욕의 결과를 낳는다. 학교는 농구부 해체까지 논의한다.
양현은 심기일전해 대회에 출전하고자 훈련한다. 최약체 팀이었지만 경력 없는 코치 양현과 6명의 선수가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준우승에 올라가는 기적을 만든다. 우승컵을 앞둔 경기에서 최강팀 용산고와 전반전이 끝났을 때, 온 몸을 던져 경기에 뛰는 선수들이 지쳐 심호흡을 몰아칠 때, 양현의 설득력 있는 말은 선수들을 다잡는다. 양현 역을 맡은 안재홍은 부산 출신으로 사투리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너거들이 리바운드를 잡아서 나한테 공을 던져 준거라고, 다시 해 보자고, 다시 공을 던져보라고… 니가 좋아하는 걸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남은 경기, 그리고 남은 인생 너거들이 앞으로 농구를 하면서 먹고 살든 다른 일을 하면서 먹고 살든 겁먹지 말고, 달려들어 가지고 다시 잡아내라. 명심해라. 농구는 끝나도 인생은 계속된다.’ 이 말 중 ‘절대 포기하지 말고’라는 대사는 ‘리바운드’에서 하나의 명언이 된다.
이 영화를 본 ‘N포세대’들이 어려운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포기해 온 희망을 다시 한번 다잡아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게 만드는 의지를 회복할 수 있을까. 너무 단순해 보이지만,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다시 가슴을 뛰게 만든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헤밍웨이의 ‘노인의 바다’에서 노인이 큰 청새치와 씨름하면서 중얼거리는 ‘인간은 패배하려고 태어나지 않았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는 말이 문득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