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0일이었다. NC 다이노스는 미계약 자유계약선수(FA) 이용찬(34)과 3+1년, 최대 27억원에 계약했다. 이용찬은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베테랑이지만 당시 시장 가치가 바닥이었다. 2020년 6월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후 공식전 등판 기록이 없던 상황이라 NC의 투자를 두고 "무모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이용찬은 2007년과 2013년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차례 오른 팔꿈치에 칼을 댔는데 토미존 서저리는 그야말로 선수 생명을 건 결단이었다. 수술 이력이 많은 30대 투수. 어느 구단에서도 선뜻 손을 내밀지 않았다. 2021시즌 개막 때까지 거취를 정하지 못하자 그의 이름 앞에는 'FA 미아'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모교 장충고에서 개인 훈련한 이용찬에 주목한 구단은 NC였다. 김종문 당시 NC 단장은 "이용찬은 안정된 제구력과 경기를 풀어가는 운영 능력을 갖춘 투수로 우리 팀 마운드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NC의 투자는 '성공적'이다. 이용찬은 2021년 8월부터 '공룡 군단'의 뒷문을 책임지고 있다. 계약 첫 시즌 39경기에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2.19를 기록했다. NC는 그해 겨울 베테랑 임창민(키움 히어로즈)과 김진성(LG 트윈스) 박진우(은퇴)를 방출하며 불펜 새판짜기에 들어갔다. 류진욱·김진호·김시훈을 비롯해 젊은 투수들이 불펜에 대거 투입되면서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됐다. 어깨가 무거워진 이용찬은 지난해에도 59경기에 등판, 22세이브 평균자책점 2.08로 변함없이 활약했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다.
시즌 첫 네 번의 등판에서 4이닝 무실점하며 2세이브를 챙겼다. 오프시즌 사이드암스로 원종현(키움)이 FA로 이적, 불펜의 평균 나이가 더 젊어졌는데 중심을 잡는 건 여전히 이용찬이다. 선수 생명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수술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그는 "팔꿈치가 아프지 않으니 자신 있게 공을 던질 수 있다. 두산 베어스 시절엔 (통증이) 언제 생길지 조마조마하면서 시즌을 보냈다. 이 부분을 해결하니 공을 던질 때 두려움이 없더라. 어렸을 때처럼 자신 있게 투구한다"고 말한다. 재활 치료 기간 야구장 밖에서 야구를 보면서 시야도 더 넓어졌다.
이용찬의 NC 이적 후 성적은 102경기, 40세이브 평균자책점 2.04(11일 기준)다. 같은 기간 리그 세이브 6위. 40세이브 이상 달성한 마무리 투수 중 고우석(LG 트윈스·72세이브, 평균자책점 1.82) 다음으로 평균자책점이 낮다. 그만큼 안정감이 대단하다. 꾸준한 활약 덕분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태극마크를 달았다.
리그에선 의미 있는 기록도 세웠다. 11일 창원 KT 위즈전에서 1-0으로 앞선 9회 등판해 터프 세이브로 역대 13번째 개인 통산 13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그는 경기 뒤 "130세이브 했다고 큰 감흥은 없다. 한 게임 한 게임 승리가 더 중요하고 완봉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한 게 더 중요하다"며 "지난해부터 어린 선수들이 경기 뛰면서 경험치가 생겨 여유 있게 잘 해줘서 이긴 것 같다. 계속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