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NC 다이노스의 선수단 평균 연령은 27.2세로 KBO리그 최연소다. 2021년 12월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KIA 타이거즈)이 자유계약선수(FA)로 팀을 떠난 뒤 타선에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지난겨울엔 양의지(두산 베어스)와 노진혁(롯데 자이언츠) 등이 이적했다. 내부 육성에 집중하면서 NC 기대주들의 경기 출전 횟수가 부쩍 늘었다. 1루수 오영수(23)와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 서호철(27)도 그중 하나. 두 선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즌 초반 타격감이 뜨겁다. 첫 11경기 타율이 오영수는 0.314(35타수 11안타) 서호철은 0.375(24타수 9안타)이다. 약방의 감초 같은 활약으로 팀 타선에 활력을 더한다. 임선남 NC 단장은 "두 선수는 내야 세대교체의 핵심인데 기대 이상으로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입단 기준으로는 오영수가 '선배'다. 오영수는 2018년 신인 2차 2라운드 19순위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서호철은 1년 뒤인 2019년 2차 9라운드 87순위 지명자다. 하지만 대졸인 서호철의 나이가 네 살 더 많아 둘은 선·후배가 아닌 형·동생으로 지낸다. 2군 생활을 함께했는데 2020년 5월 상무야구단까지 동시 합격, 눈물 젖은 빵을 같이 먹었다.
오영수는 "호철이 형은 상무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정말 많이 했다. 더 대단한 건 그걸 매일 했다는 거"라며 "식단 조절까지 해서 복근이 나오기도 했다. 2인 1실 생활관에서 같이 자면서 많이 배웠다. 믿음직한 분대장이었다"고 껄껄 웃었다. 서호철은 "영수가 어리지만 어른스러운 게 많다. 상대의 고민을 들을 줄 알고 반대로 표현할 줄도 안다. 하나에 꽂히면 파고들어 해결하는 스타일인데 나와 대화 코드가 잘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지난겨울 둘은 다른 곳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오영수는 지난 1월 초 2주가량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인 훈련했다. 에이전트가 장소를 주선해 '더 볼 파크(The Ball Park)'라는 야구센터에서 타격 메커니즘을 점검받았다. 서호철은 호주 프로야구리그(ABL) KBO리그 연합팀인 질롱 코리아에서 경기를 뛰었다. 쉴 틈 없이 훈련하고 2월 미국 애리조나 구단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니 기량이 부쩍 늘었다.
서호철은 "송지만 타격 코치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 코치님이 믿어주시고 서로 혼란이 오지 않게 (생각했던 걸) 계속 밀고 가자고 하시더라. 코치님이 믿어주셔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거 같다"고 공을 돌렸다. 오영수도 "(야구센터에서) 요즘 야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트렌드를 배웠다"며 "코치님 스타일상 개인의 메커니즘이나 루틴을 정말 존중해주신다. 무서운 타자가 아니더라도 까다로운 타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장점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둘은 될성부른 떡잎이다. 서호철은 상무 소속이던 2021년 퓨처스리그(2군) 타격왕 출신이다. 오영수의 지난해 2군 타율은 0.387로 4할에 이른다. 1.5군으로 분류됐던 두 선수는 올해 도약했다. 2루수와 3루수를 번갈아 가면서 맡는 서호철이 던지면 1루수 오영수가 받는 장면이 연출된다. 서호철은 "내가 못해도 뒤에서 이렇게 해주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영수가 1루에 있으니까 수비하는 게 편하고 든든하다"고 말했다. 오영수는 "호철이 형은 그라운드에 있으면 활기차다. '영수야'라고 부르면 어떤 말을 할지 알 거 같다"며 "1군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좀 더 뜻깊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두 선수 다 NC가 특별하다. 오영수는 창원 출신에 마산 연고 용마고를 졸업했다. 고졸 미지명자인 서호철은 동의대 졸업 후 가까스로 프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래서 기회가 더 소중하다. 서호철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절실하다. 프로에 한 번 가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는데 NC라는 좋은 팀에 와서 경기를 뛰고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고 했다.
스타일은 정반대다. 타격도 마찬가지다. 같은 배트(길이 33.5인치, 무게 870g)를 사용하지만 미세하게 다르다. 장타를 노리는 오영수는 배트 헤드에, 정확도가 우선인 서호철은 배트 중간에 밸런스가 잡힌다. 하지만 바라보는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서호철은 "지난해보다 성장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영수는 "100경기 이상 출전에 두 자릿수 홈런이 목표다. 무서운 타자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